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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통령의 검찰’과 수사의 정당성

등록 2023-09-27 16:23수정 2023-09-28 02:38

[뉴스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3년 1월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3년 1월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철 사회부장

“검찰청법 제34조(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 ①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대한민국 모든 검사는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어떤 일을 할지도 대통령이 정합니다. 이런 ‘대통령의 검찰’이 정치권력에 종속될까 염려돼 여러 제도가 고안되었습니다.

우선 검찰총장을 두었습니다. 정부 부처들에 딸린 17개 외청 가운데 검찰만이 유일하게 수장 명칭이 ‘청장’ 아닌 ‘총장’이고, 위상과 대우도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입니다.(17개 외청 중 검찰에만 인사·예산편성권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견제 장치를 두었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검찰의 감독자로 두면서도,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개별 검사를 지휘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장관은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할 수 있는데, 총장 임기 2년을 보장해 부당한 지휘에는 맞설 방패 역할의 토대도 마련해두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때 ‘윤석열 검찰총장’을 떠올려보세요.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검찰총장을 정치권력이 제어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임명 단계에서부터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인물이 검찰총장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검사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검찰’입니다.

미국에는 여러 검찰이 있습니다. 연방검찰(US Attorney's Office), 주검찰(State Attorney General's Office), 카운티마다 있는 지역검찰(District Attorney's Office) 입니다. 세 기관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연방검찰의 검사장(US Attorney)은 모두 93명으로, 상원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연방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주검찰총장과 지역검찰 검사장은 대부분 선거로 뽑습니다. 눈치를 봐야 할 임명권자 자체가 없습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복수의 검찰청은 서로서로 감시하는 미국식 사법제도의 근간을 이룹니다. 카운티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한 사건을 주 검사가 기소할 수 있습니다. 범죄 관할권이 조금씩 다르지만, 각자의 소관법령 위반이라고 걸 수 있습니다. 카운티 검사가 주 검사를, 주 검사가 카운티 검사를 기소하기도 합니다. 세 곳이 같은 사건을 두고 모두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권력형 비리는 특정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먼저 조사에 착수하는 검찰이 우선적으로 기소 권한을 갖습니다. ‘대통령의 검찰’이 있다 한들 여러 검찰청 중 일부이고, 다른 검찰의 견제를 받습니다.

‘정당’한 것만큼이나 ‘정당해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검찰, 즉 ‘대통령의 검찰’은 이 지점에서 치명적으로 허약합니다. 제아무리 공명정대하게 수사해도 수사 주체가 ‘대통령의 검찰’이라는 점은 수사 결과를 의심케 하는 요소가 됩니다.

‘이 수사는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대통령의 검찰’은 운명처럼 달고 다닙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둘러싸고 극과 극의 대립이 펼쳐집니다. ‘대통령의 검찰’이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문제입니다.

수사 정당성에 의문을 가질 상황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대통령의 검찰’이 맡기에 부적절한 수사라면 원칙적으로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것부터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법률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별검사법은 국회나 법무부 장관이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라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검사 추천 규정이 여권에 유리하다고 야당이 판단하고 있어 실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기왕에 만들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을 넓히고 조직을 키워 상설특검처럼 운용할 수도, 미국처럼 검사장 직선제를 고민해볼 수도 있겠죠. 선출직이다 보니 또다른 의미로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적어도 임명권자에 따라 표변한다는 한국 검찰식 오명은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사가 정당해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수사가 정당해 보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검찰’로 인한 갈등,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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