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수석부국장
“당직 검삽니다. 어떻게 됐어요?” “아 그게 말이죠. 수석부장 댁에 갔는데요….”
“그래서요?” “어렵다고 해서, 법원장님 댁에까지 갔죠. 그런데도….”
전화선을 타고 대화는 아마 이런 식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다음날 ‘노무현’이란 이름은 신문 사회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하룻밤새 4차례 영장청구’.(87년 2월11일치)
부산지검 당직검사는 대검 당직검사라고 속인 기자에게 넘어가 치욕적인 그날 밤의 일을 술술 털어놓았고, 검찰 사상 전무후무한 하룻밤 4번 영장청구 사건은 그렇게 세상에 공개됐다. 박종철군 추도 시위에 참가했다 연행된 무명의 부산 변호사 노무현은 이렇게 처음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6개월여 뒤 검찰은 ‘관계기관 대책회의’ 지침에 따라 이번엔 대우조선 파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해, 기어코 노 변호사를 구속했다.
안기부·검찰·경찰이 연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쓰러져가는 정권을 지탱하려 안간힘을 쓰던 때였다. 검사들은 판사 집까지 찾아가 영장 발부를 애걸하며 충견 노릇을 해야 했다. 노무현에게 이런 검찰이 어떻게 비쳤을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터. 집권 초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를 믿지 않는다”고 한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노무현이 떠난 뒤 검찰은 어떻게 했나. 검찰총장은 국민에게 사죄한다면서 떠났지만 수사검사들은 그러지 않았다. 다만 애통하다고 했다. 오히려 64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는 분명하고, 수사는 정당하다고 했다. “국세청 고발에 따라 수사했다”며 보복·표적 수사는 아니라고 했다. 20여년 전과 많이 닮았다. 그때도 검찰은 안기부에서 ‘고문’으로 조작해온 사건을 “우린 기소했을 뿐”이라고 했다. 고문으로 생긴 상처 딱지는 보고도 모른 체했다.
국세청이 ‘표적 세무조사’를 했으면 그걸 받아서 한 검찰 수사도 ‘표적 수사’일 수밖에 없다. 똑똑한 검사들이 그걸 몰랐을 리 없다. 오히려 표적 세무조사의 지시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빽’을 믿고 그렇게 전직 대통령과 일가를 한껏 모욕 준 것 아닌가.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보도들도 “검찰이 브리핑하거나 확인해준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 서명하는 손이 떨렸다는 식의 얘기를 대서특필한 것은 언론이지만 최초 발설자는 분명 검사였을 것이다. 설사 청와대나 국정원 인사가 언론에 흘렸더라도 이들이 소설가가 아닌데 누구한테 들었겠는가. 단서가 나왔는데 어떻게 수사를 안 하냐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권력도 제대로 수사했어야 한다. 부인이 받았는데 몰랐을 리 없다고 전직 대통령을 몰아붙인 그들이, 현직 대통령의 형님은 조사도 않고 끝냈다. 깨끗하다고 평가받아온 정치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질 정도의 ‘정의감’이라면, 도덕성만은 국민들도 기대하지 않는 현 정권의 비리는 그 십분의 일이라도 캐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말의 십분의 일이라도 믿어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니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 하이에나 검찰이란 말이 딱 맞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이아무개 검사의 글 이외엔 검찰 내부통신망까지 조용한 모양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퇴한다는 수사검사도 없다. 22년 전 밤새 판사 집을 찾아다닌 검사들의 우두머리는 법무장관을 거쳐 여당 대표를 하고 있고, 부장검사는 헌법재판관을 거쳐 다시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박종철사건 범인 은폐·조작 사실을 묻어두기로 한 정부 지침을 잘 따른 담당검사도 여당 원내대표로 있다. 사과하는 검사가 바보인 것이다.(당시 전화한 기자는 청와대에 있다) 김이택 수석부국장rikim@hani.co.kr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보도들도 “검찰이 브리핑하거나 확인해준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 서명하는 손이 떨렸다는 식의 얘기를 대서특필한 것은 언론이지만 최초 발설자는 분명 검사였을 것이다. 설사 청와대나 국정원 인사가 언론에 흘렸더라도 이들이 소설가가 아닌데 누구한테 들었겠는가. 단서가 나왔는데 어떻게 수사를 안 하냐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권력도 제대로 수사했어야 한다. 부인이 받았는데 몰랐을 리 없다고 전직 대통령을 몰아붙인 그들이, 현직 대통령의 형님은 조사도 않고 끝냈다. 깨끗하다고 평가받아온 정치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질 정도의 ‘정의감’이라면, 도덕성만은 국민들도 기대하지 않는 현 정권의 비리는 그 십분의 일이라도 캐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말의 십분의 일이라도 믿어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니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 하이에나 검찰이란 말이 딱 맞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이아무개 검사의 글 이외엔 검찰 내부통신망까지 조용한 모양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퇴한다는 수사검사도 없다. 22년 전 밤새 판사 집을 찾아다닌 검사들의 우두머리는 법무장관을 거쳐 여당 대표를 하고 있고, 부장검사는 헌법재판관을 거쳐 다시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박종철사건 범인 은폐·조작 사실을 묻어두기로 한 정부 지침을 잘 따른 담당검사도 여당 원내대표로 있다. 사과하는 검사가 바보인 것이다.(당시 전화한 기자는 청와대에 있다) 김이택 수석부국장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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