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수석부국장
연말 종편·보도채널을 선정하면서 예상대로 ‘엠비’(MB)다운 해법이 나왔다. ‘엠비다움’이란, 말끝마다 ‘국민’과 ‘나라’를 찾지만 실제로는 정권 내지 대통령 개인의 치적이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특징을 갖는다. 장기적으로 발전을 위한 기틀을 차근차근 다지는 일보다는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건을 찾는다. 자연히 웬만한 부작용 따위는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4대강에 손대는 큰일은 치밀한 검증을 거쳐, 한 군데라도 먼저 해보고 성과를 봐서 확대하는 게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의 상식이다. 반면 ‘엠비’식은 대통령 치적이 중요하니 임기 내 완공이 지상목표다. 10∼20년 뒤 수질·환경이 오염되든 말든 다음 정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국가부채가 사상 최대로 늘든 말든 임기 내 경기부양이 우선이다. 마구잡이 사업 남발과 부자감세 후유증으로 나라살림이 거덜나고, 경제가 나중에 죽을 쑤든 말든 그 역시 다음 정권의 몫이다.
종편·보도채널 무더기 선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다. 정권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미디어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내세웠으면, 광고시장 사정에 맞게 1개나, 무리 하더라도 2개 정도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엠비식은 ‘정권의 안위’가 우선이다. 당장 기사로 두드려맞지 않는 게 급하니 광고다툼으로 방송계가 아수라장이 되든 언론생태계가 망가지든 안중에 없다. 총선·대선 때까지 ‘조중동매연’(조선·중앙·동아와 매경·연합의 약칭. ‘조중동 매연’으로 읽는다)의 코를 꿰어놓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수순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약 광고 제한을 푸는 건 신중해야 하지만, 오남용 후유증이 당장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임기 끝나고 한참 뒤에나 걱정할 일이다. 복지부가 반대한다지만 ‘조중동매연’의 도움이 급하니 결국 풀어주려 할 것이다.
황금채널을 배정해달라, 세제혜택 달라, 미디어렙 통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다 들어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설마” 하고 의문을 갖는다면 평소 엠비정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올해 선거마저 없으니 그럴 확률 99%다. 물론 재보선은 있지만, 총선까지는 1년하고도 3개월이나 남았으니, 국민들의 망각증을 믿는 거다.
이 대목에서 갸우뚱하는 사람을 위해 사례를 들어보자. 툭하면 ‘서민’ 찾고, 시장통 찾아가 머플러까지 풀어주지만, 연말에 가면 복지예산은 과감하게 잘라낸다. 인사검증을 잘못했다고 경질한 민정수석도 1년여 만에 슬그머니 감사원장으로 발탁한다. 이런 게 바로 국민들의 망각증에 의존하는 엠비식 정치다.
이들의 뜻대로 된다면? 낙하산사장, 특보사장이 지배하는 지상파에다 ‘조중동매연’ 방송까지 가세하면 보수독점의 언론구도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수준을 넘어, 여론정치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 내년의 총선·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질지도 장담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혹자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하게 내버려두자고 한다. 그럴 일은 아니다. 종편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은 기존 사업자에 대한 영업권 침해다. 종편만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면 광고시장이 혼탁해진다. 후자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특혜는 ‘공정사회’에도 어긋난다. 법개정부터 막아야 한다. 야당이 할 몫이지만 민주당이 영 미덥지 않다. 종편심사위원장을 맡더니, 박근혜 계보모임에까지 줄을 댄 이병기씨 같은 사람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하는 흐릿한 언론관으론 안 된다. 더구나 황금채널 배정은 방통위 맘대로 할 수 있다. 시민단체의 힘만으로도 안 되니,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하다못해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하라”는 디제이의 말처럼 오늘부터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를 총동원해 위기에 빠진 언론현실을 주변에 퍼날라야 한다. 제2의 시청료 거부 운동, 제2의 촛불을 준비하는 자세로. 김이택 수석부국장rikim@hani.co.kr
어떻게 해야 할까? 혹자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하게 내버려두자고 한다. 그럴 일은 아니다. 종편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은 기존 사업자에 대한 영업권 침해다. 종편만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면 광고시장이 혼탁해진다. 후자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특혜는 ‘공정사회’에도 어긋난다. 법개정부터 막아야 한다. 야당이 할 몫이지만 민주당이 영 미덥지 않다. 종편심사위원장을 맡더니, 박근혜 계보모임에까지 줄을 댄 이병기씨 같은 사람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하는 흐릿한 언론관으론 안 된다. 더구나 황금채널 배정은 방통위 맘대로 할 수 있다. 시민단체의 힘만으로도 안 되니,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하다못해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하라”는 디제이의 말처럼 오늘부터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를 총동원해 위기에 빠진 언론현실을 주변에 퍼날라야 한다. 제2의 시청료 거부 운동, 제2의 촛불을 준비하는 자세로. 김이택 수석부국장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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