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야권 연대, 그리고 ‘국민의 명령’ / 김이택

등록 2011-02-09 18:52

김이택  수석부국장
김이택 수석부국장
김이택 수석부국장
“야 이거 너무하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자리의 강원택 교수도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둔 10월 어느날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평가를 위해 <한겨레>가 유권자 100명을 초청해 연 정책평가회 자리의 한 장면이다. 민주당 후보 쪽을 대표해 나온 정책전문가들이 유권자들의 질문에 금세 바닥을 드러내면서 급조된 졸속 공약임이 드러나는 순간, 오히려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이 민망했다. 물론 유권자들의 평가도 혹독했다.

그로부터 3년여 뒤 민주당은 대선을 2년 가까이 남겨놓고 무상의료 등 복지공약을 시리즈로 들고 나왔다. 내용이 얼마나 알찬지는 둘째 치고 일단 준비성 면에선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맞춤 복지’ 정책 공개를 계기로 여야 사이에 정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포퓰리즘으로 비하하지만 과거 ‘지역표’에 매달려 선거 코앞에 공약을 급조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설사 허풍이 좀 들었더라도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봐줄 만하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의 무상급식 공약 이후 좌클릭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전유물이었던 진보적 정책들을 이제는 민주당이 속속 차용하는 모양새다.

야권 통합 논의가 진행되면서 민주당은 정책면에서 진보정당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듯한 모습도 감지된다. 이인영 민주당 연대연합특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야권이 해외 투기자본 규제, 금산분리의 원칙 등을 논의하면서 함께 금융자본 지배구조에 대한 대안을 만들 수 있다”며 “신자유주의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의해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법이나 비정규직법도 다시 손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민노당·진보신당이 민주당과의 차별화 품목으로 꼽던 ‘반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달 미국 강연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2012년 진보적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것도 이런 야권연대 분위기를 반영한다.

야권의 연대 논의는 문성근·이인영씨 등이 주장하는 대통합론과 민노당·진보신당 등이 구상하는 순수 진보세력끼리의 진보통합론으로 대별된다. 현재로선 연말께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지도부 개편과 진보정당-시민사회의 통합 논의 결과에 따라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대통합론은 아직 야권 내에서 소수파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에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민주당에서도 관심권 밖이다.

야당들의 주류는 민주당과 통합진보정당이 총선에서 연합공천을 하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 연립정부를 고리로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안 정도를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방안엔 약점이 있다.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에선 후보 자리 말고는 나눌 몫이 없는데다 민주당의 현재 리더십으로 당내에서 상당한 양보를 관철해낼지도 의문이다. 연대가 안 돼도 지역기반과 제1야당 기득권으로 기본 의석은 건질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진보정당에서는 정권교체보다는 의석을 늘려 ‘진보-자유주의-보수’의 3당 체제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박근혜 카드에 필적할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야권의 고민거리다.

문성근씨는 그래서 야권을 아우르는 대통합으로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총선과 대선 모두 필패한다며 90일째 전국을 돌고 있다. 디제이피 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이은 세번째 재방송은 재미없으니, 기존 판을 흔들어서 새 희망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정당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힘으로 압박하자는 게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운동이다. 9일 현재 서명자는 7만487명, 오는 23일엔 국회 앞에 자리를 깔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야당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연대 논의 중인 정당들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고민도 깊어간다. ri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전에 ‘헌법 대 반헌법’ 2.

‘이재명 대 반이재명’ 전에 ‘헌법 대 반헌법’

[사설] 최상목 대행, 내란 특검법 거부 말고 공포하라 3.

[사설] 최상목 대행, 내란 특검법 거부 말고 공포하라

[사설] 국힘의 막무가내식 헌재 공격…‘탄핵심판 불복’ 노리나 4.

[사설] 국힘의 막무가내식 헌재 공격…‘탄핵심판 불복’ 노리나

다음 사회를 위한 연대 [세상읽기] 5.

다음 사회를 위한 연대 [세상읽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