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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안철수와 ‘486 대망론’ / 백기철

등록 2011-12-04 19:12

백기철  정치부장
백기철 정치부장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말고보다
안철수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을
우리 정치가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962년생이니, 만으로 49살이다. 이른바 486세대인 셈이다. 어찌 보면 안 교수는 486이 낳은 최고 스타다. 여태껏 이만한 지지율을 가진 486 정치인이 없었으니 말이다. 지난주에는 두어 마디 말로 총선 구도를 깔끔히 정리해 버렸다. 제3신당은 없으니, 기존 정당들이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마치 여야가 모두 내 당이 될지 모르는데 무슨 신당이 필요하냐는 투다.

그의 총선 불출마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안철수 프로젝트가 소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가 대선에 나오네 마네들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 안철수 본인도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안철수를 쳐다보는 이유는 그가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프로젝트가 힘을 갖는 이유다.

한때 ‘486 대망론’이란 게 있었다. 국외 486의 대표 격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그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다. 486 정치인들이 하나둘 명멸하면서 대망론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러던 것이 486 같지 않은 486, 정통 운동권이 아닌 변방의 486 안철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마치 운동권의 변방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려하게 등장한 것과 같다. 안철수가 만일 내년 대선에 출마해 승리한다면 51살의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정치권의 486들은 그동안 무얼 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뒷세대들에게 일자리 하나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부터 기대난망이었다 치자. 지방 국립대를 나와도 9급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년씩 매달려야 하고, 열댓명 뽑는 대기업 공채에 1500여명의 쟁쟁한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현실이다. 아무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힘들지만 그래도 밝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젊은이들이 바로 우리 가족들이다. 2030세대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안철수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다. 젊은 세대의 분노와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고민하는 것,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내딛는 우직함, 이런 데에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문제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말고가 아니다. 안철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안철수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을 우리 정치가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총선을 건너뛰는 안 교수는 상당 기간 좌고우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안 교수 자신도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믿고 싶다.

안철수 신드롬을 거치며 우리 정치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 안철수와 견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범486 중심의 여당 쇄신파들은 개혁하자고 아우성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다급해졌다. 박 전 대표가 52년생이니 올해로 59살이다. 안철수보다 10살이 많다. 나이가 문제라기보다, 사고방식이나 의사소통 방식이 문제일 수 있다. 여당은 내년 총·대선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지 모른다.

야당은 민주·진보 양쪽이 각각 통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총선을 쉽게 생각하면 죽 쒀서 개 주는 수가 있다. 지도체제부터 공천에 이르기까지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고, 세대교체든 뭐든 다 하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총선을 통해 안철수와 자웅을 겨룰 비전있는 젊은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총선 이후 안철수와 경쟁하며 정권교체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야당의 범486 정치인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백기철 정치부장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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