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에디터 서울 목동과 강남 엄마를 비교하는 우스갯소리는 예전부터 돌았다. 커피집에서 입시 정보를 나누는 건 같지만, 목동 엄마들은 ‘절대 자신을 위해선 돈을 안 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스타벅스에도 자기 컵을 들고 와 나눠 마신다는.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 대입에 필수라던 때다.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요 몇년 급증하며 필수가 하나 더 는 듯하다. 엄마의 ‘지력’이다. “학생부 올린 독서활동, 엄마인 내가 다 써줬다.” 지난 15일치 <한겨레>의 ‘공교육의 부모 외주화’ 기사 제목을 보고 독후감을 엄마가 썼나 보다 여긴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활동’은 교사가 쓰는 학교생활기록부의 10가지 서술식 항목 중 하나다. 학생의 독후감을 보고 교사가 학생이 읽은 책과 특이사항을 기재하게 돼 있다. 학부모는 물론 학생이 직접 작성한 내용이 그대로 올라가도 징계 대상이다. 현실은 이렇다. 고교 3년에 걸친 학생부가 5~6장이냐 20장이 넘느냐는 독서활동과 봉사활동의 서술량에 상당히 좌우된다. 그것도 진로와 연관된 특성과 꾸준함을 보여주는 ‘통찰력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내신과 수능 준비에 밤 10~11시에나 학원을 마치고 어찌됐든 직접 몸으로 메워야 하는 동아리나 봉사 시간만으로도 절절맨다. 고1 때부터 권당 2만원에 외부에 독후감을 맡긴다는 ‘사교육 특수층’이 아니라면, ‘능력’ 되는 엄마들이 목록을 짜고 독서활동을 써주는 게 유별난 일도 아닐지 모른다. 실제 반영될까, 강남의 한 일반고 교사에게 물었다. “가져온 걸 그대로 컨트롤+시 컨트롤+브이 하느냐 성의있게 의견을 쓰느냐는… 교사에 따라 다른 게 사실이에요. 그나마 일반고는 학종 하는 일부 애들에게 집중하지만 특목고는 불가능해요. 제출하는 독후감만 몇십권인데 일일이 전교생에게 의견을 써준다는 게.” 독서활동 말고도 엄마의 ‘지력’은 요긴하다. 한 지인은 “양심적 병역거부 주제로 자료를 준비하고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모아 연습시켜 토론대회에서 상을 타게도 했다. 그렇게 학생부 관리를 잘 해줬는데 애가 내신 준비가 싫다고 정시만 하겠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엄마가 못 해주는 애들은 정말 힘들겠다 싶더라. 나중엔 그런 여건 안 되는 공부방 같은 데 봉사 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 아이는 일단 가고’이고, 아이가 대학에 가면 잊는다. 무관심해진다. 수십년간 온 나라가 입시 문제라면 한마디씩 거드는데도 갈수록 퇴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살림은 못해도 넘어가지만 자녀교육 실패는 용서 안 되는’ 사회에서 이 부담은 상당 부분 엄마 몫이다. 난 한국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여성 문제이기도 하다고 늘 생각한다. 해주는 엄마는 ‘범죄’라서 편치 않고, 해주지 않는 엄마는 ‘모성 부족 자책감’에 괴롭다. 지난주 기사에 인용됐던 강남의 고3 엄마는 영화 <마더>에서 아들 죄를 다른 아이한테 떠넘기던 주인공을 언급하며 “그래도 학종을 뚫어야 하니 범죄자가 된다”고 말했다. 편집자가 애초 이 기사에 단 제목은 “‘학종’이 학생 몫이라니… 걔들은 엄마가 없나요?”였다. 다양한 학생들을 뽑겠다는 수시나 학종의 취지를 몰라서가 아니다. 부모의 재력과 지력이 그 어떤 선의의 입시제도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사회라면, 70~80%에 달한 수시와 학종 비율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몇달 전 나와 마찬가지로 고2 엄마라는 한 독자의 메일을 받았다. “내 아이만 탈출시키면 된다는 가장 소극적인 판단과 태도가 결국 우리 모두에게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두려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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