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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괴물’을 낳은 절대권력 검찰 / 여현호

등록 2016-07-26 17:30수정 2016-07-26 18:51

여현호
논설위원

요즘 쏟아지는 사건들을 두고 <내부자들>이 극사실주의 영화였음을 실감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과 그 행태는 눈앞의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빼닮았다. 쉬쉬하며 전하던 권력자들의 치부는 이제 더없이 생생한 현실이다. 맨살을 드러낸 권력에선 썩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19세기 영국의 역사철학자 액턴 경의 명언도 있다. 제1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황의 무오류성을 결의한 데 대해, 절대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뭐든 결국 부패한다고 비판한 말이다.

검찰은 현실의 절대권력이다. 한국의 검찰은 수사지휘권과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한 손에 틀어쥐고 있다. 어느 나라에도 그런 예는 없다. 영장 청구와 기소는 검찰만 할 수 있고, 누구를 무엇으로 기소할지도 검찰이 정한다. 검찰의 기소 독점과 기소 재량에 대한 제도적 견제는 없는 것과 같다. 인사권을 쥔 대통령 말고 검찰이 두려워할 것은 딱히 없다. 대통령까지 독점적 권력의 그물망 안에 들어오면 무소불위다.

그런 그물망은 이미 촘촘하게 짜여 있다. 검찰을 통제해야 할 법무부는 파견 형식으로 배치된 검사들이 다 장악한다. 검찰·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을 통제하고 인사와 사정의 권한을 함께 쥔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 들어 모두 검찰 출신이 차지했다. 검사들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정권을 위해 일하다가 검찰 고위직으로 복귀한다. 모두 한 몸인 셈이다. 국정원 등 주요 권력기관에도 검사가 파견되고, 마찬가지로 요직으로 복귀한다. 상부상조 공생의 그물망에는 견제와 감시란 없다. 그래서 절대권력이다.

영화 속의 민정수석과 부장검사처럼 어울려 서로 도운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도 절대권력이 뒤에 있었기에 그렇게 함부로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를 골라 얼마나 깊이 칼을 들이댈지, 무슨 죄를 어떻게 물을지 정하는 독점적 권력이 없었다면 누가 그들에게 잘 보이려 돈과 특혜를 줬겠는가. 덩치 큰 땅을 비싸게 사줄 필요도, 공짜 주식으로 거액을 안길 필요도,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권력의 위세가 있었기에 권력자의 아들을 챙겼을 것이고, 주고받기를 기대했기에 이익 될 거래를 알선하거나 봐주기 검증을 할 수 있었겠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거액을 챙겼던 전관예우도 검찰 권력을 집행하는 후배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그런 체제에선 진경준·우병우·홍만표도 특별한 ‘괴물’이 아닐 수 있다.

독점은 유혹을 부른다. 칼을 쥔 쪽이 독점이라면 어떻게든 제 편 삼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치권력은 검찰을 권력 안에 포획해 맘대로 부리려는 유혹을 받을 것이고, 금력은 돈과 이익으로 포섭해 칼날을 피하고 싶어할 것이다. 실제로 그리된 예는 이미 무수하다. 어떤 경우건 모두 ‘부패’다.

이런 상황을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해 권력의 제한과 분산, 견제로 진전해왔을 터이다. 검찰권력에 대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독점적인 기소권의 분산, 기소법정주의로의 전환과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법무부·청와대 등에 대한 검사 파견 금지 등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검찰은 이런저런 핑계로 개혁을 훼방하지만 않으면 되고, 국회는 어렵다며 뒤로 미루지만 않으면 된다.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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