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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그런데, 우병우는? / 여현호

등록 2016-08-16 19:29수정 2016-08-16 21:43

여현호
논설위원

이번 폭염은 견디기가 쉽지 않다. “가만있어도 땀이 강처럼 흐르는(空有臨淄汗)” 이렇게 ‘괴로운 무더위(苦熱)’(중국 남조 양나라 하손의 시)엔 “고요히 있으려 해도 옷이 갑갑하고, 글을 읽으려 해도 책상마저 번거롭다(習靜悶衣襟 讀書煩几案).” 정신이 산란하면 세상사가 다 귀찮다. “금덩이가 떨어져도 줍지 않을 판(遺金自不拾)”이니 “선선한 가을 오기만 재촉하게(催促九秋換)” 된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올림픽이라는 볼거리도 있다. 땀과 의지로 부딪히는 당당한 승부는 가슴 울리게 감동적이지만, 다른 일에서 눈과 귀를 돌리는 효과 또한 분명하다.

폭염과 올림픽에 다들 정신이 흩어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잊기 마련이고, 하루가 멀다고 놀랄 일이 터지는 한국에선 특히 더하다.

그렇게 어느새 관심에서 멀어진 사건이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의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이다.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 사건은 다음주 정식재판에 들어간다. 사건은 이미 축소 쪽으로 한참 가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홍 변호사를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홍 변호사와 검찰 현직 간부들 간의 불법행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늉뿐인 서면조사 말고는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내린 결론이다. 홍 변호사의 ‘몰래 변론’ 자료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홍 변호사 쪽은 재판에 앞선 공판준비기일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대로면 재판이 끝날 때쯤엔 검찰의 ‘전관예우’ 의혹은 사라지고 개인 탈세만 남을 수도 있겠다. 그런 용두사미를 걱정해 많은 이들이 특검을 주장했지만 국회에선 여태껏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판에 박힌 순서(routine)는 최 변호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 사건도 이달 말 정식재판이 시작된다. 그의 혐의는 재판부 교제 명목으로 100억원을 받은 것이지만, 사건 이후 지금까지 담당 재판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이대로면 이 사건도 개인적 일탈로 끝날 수 있다. 그렇게 사회적 관심이 옅어지고 이슈로서 소멸하면, 법원의 개혁과 정화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사건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다. 쏟아지는 온갖 의혹과 갈수록 확연해지는 탈법과 편법, 사방에서 거듭되는 사퇴 압박에도 우 수석과 청와대는 마치 아무것도 못 듣는 양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논란도 제풀에 사그라들 것이라고 믿고 버티는 모양이다. 그때쯤에는 사소한 실수를 핑계로 모양 좋게 물러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믿는 것은 시간과 망각이겠다. 그렇게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과 우 수석 의혹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슈 소멸의 길로 접어들진 않았다. 그래서 개혁의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일 수 있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의 비리 의혹이 모두 검찰의 독점적 권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대책이어야 할 개혁도 독점적 검찰 권력의 분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권력을 줄이고 제한하는 일에 권력 행사의 당사자들이 동의할 리 없으니 검찰의 자체 개혁이란 말은 허구이기도 하다.

지금 제일 나쁜 일은 관심 없이 방치하다 개혁 대상의 외면 탓에 아무것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논란만 거듭해도 그리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안만 해도 그동안 아홉번이나 좌절을 겪은 터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영영 어려워진다. 그래서 거듭 되물어야 한다. 그런데 우병우 수석은 어떻게 됐나요?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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