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미미인형과 ‘돈 쓰는 것’의 즐거움/황금비

등록 2016-08-17 18:08수정 2016-08-22 15:51


미미인형 부스에서 뛰어다니는 꼬맹이들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는 황금비 기자.
미미인형 부스에서 뛰어다니는 꼬맹이들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는 황금비 기자.

7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전시회가 열렸다. 국내외 300개의 캐릭터 업체가 모인 전시회였는데 당연히 미미인형 부스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빠른 소식을 접하고 있던 나는 휴일인 주말, 덕질 생활에 장단 맞춰주는 애인과 함께 코엑스로 향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미미인형 부스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서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미인형 패널이 ‘평균연령 4~7살의 아이들’과 ‘평균연령을 가늠하지 못하는 덕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시 부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모여 미미인형 옷을 갈아입히며 놀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직원들이 아이들의 손톱에 장난감 매니큐어와 스티커를 붙여주고 있었다.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한쪽 벽면을 차지했다.

슬펐던 것은,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평균연령 4~7살 아이들’이라는 사실이었다. ‘평균연령을 가늠하지 못하는 덕후들’은 이 엄청난 놀이판에서 불청객에 불과했다. 나는 아이들의 신체에 맞춰져 있는 드레스를 입을 수 없었고, 아이들 사이에 끼어 같이 인형놀이를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부스 주변을 얼마나 얼쩡대고 있었을까.

우울해진 난 그 우울함을 핑계로 가장 최근에 출시된 미미인형 다섯개를 한번에 ‘질렀다’. 시원하게 카드를 긁고 인형 상자를 봉투에 넣던 그 순간, 전시장에서 인형을 사달라고 엄마를 조르던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이 등에 꽂혔다. ‘언뜻 보면 도매상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돈 있는 덕후의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특유의 ‘스왜그’를 굳이 숨기지 않으며, 나는 인형 보따리를 양손으로 미친 듯이 흔들면서 전시회장을 빠져나왔다.

한심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돈 모으는 재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앞으로도 영영 깨닫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돈은 모으는 게 아니라 쓸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라는 명제는 너무 일찍 깨달았다. 그것도 인형을 모으는 덕질을 시작하면서부터. 얘들아, 너희도 엄마한테 떼쓰지 말고 나중에 내 돈으로 인형 사는 행복을 맛보길 바란다. 언니(이모?)도 내 돈으로 인형 사는 데 20년이 넘게 걸렸다.

황금비 국제뉴스팀 기자 with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1.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2.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트럼프·조기대선 ‘불확실성’의 파도 앞에서 [뉴스룸에서] 3.

트럼프·조기대선 ‘불확실성’의 파도 앞에서 [뉴스룸에서]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4.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이진숙 탄핵 기각이 방송 장악 면죄부는 아니다 [사설] 5.

이진숙 탄핵 기각이 방송 장악 면죄부는 아니다 [사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