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산업팀 기자
“여자분이 그렇게 힘세서 뭐 하게요?”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약간의 비아냥이 섞인 듯한 느낌. 괜한 느낌일까?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힘을 기른다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나는 왜 힘을 기르고 싶어졌을까?
요즘 운동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운동기구는 케틀벨(추 모양의 운동기구)이다. 케틀벨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2011년이다. 운동법에 대해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양손 또는 한손으로 케틀벨을 잡고 그것을 가랑이 사이로 보냈다가 어깨높이까지 올리는 ‘스윙’은 상하체와 복부의 근육, 흔히들 ‘코어 근육’이라고 일컫는 부위를 단련하는 데 좋다. 그 뒤로 전전하던 몇몇 헬스클럽에는 케틀벨이 모두 있었다. 그러나 케틀벨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이내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파워존 합정에서 설지영씨가 24㎏짜리 케틀벨로 한손 스윙을 하고 있다.
그렇게 안중에서 멀어진 케틀벨을 다시 만났다. 그런데 알던 것과 전혀 달랐다. ‘스트롱 퍼스트’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양한 케틀벨 운동법을 접했다. 케틀벨을 가슴께 올린 뒤 팔을 머리 위로 쭉 펴는 클린 앤 프레스, 케틀벨을 가슴께 올린 뒤 무릎을 굽혔다가 펴는 클린 앤 스쿼트, 케틀벨을 든 손의 팔을 어깨 위로 쭉 펴는 스내치 등의 동작을 배우니 이보다 역동적일 수 없다. 게다가 8㎏짜리에서 시작해 7개월이 지난 지금은 20㎏까지 케틀벨 무게를 올렸으니, 그사이 안주할 새는 없었다. 좀 익숙해졌다 싶은 때 무게를 바꿔 한계치를 높였다. 그렇게 100%의 근육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여자분이 그렇게 힘세서 뭐 하게요?”라는 질문을 던졌던 사람은 지금 다니는 체육관인 파워존 합정에서는 그 질문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체육관은 아마조네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전사족)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달까? 관장인 최현진 코치는 여성이고, 수강생 가운데도 여성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여성이 강해진다는 것’에 대해, 그것이 또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별 의식을 하지 못했다. 그게 이제까지 운동을 했던 공간과 다른 점이었고, 편안했다.
파워존 합정은 최현진 코치(가운데)가 관장을 맡고 있다. 수강생도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운동 덕후가 되면서 나에게 던진 질문에는 답을 서서히 찾아가는 중이다. 지금의 답은 이렇다. 힘을 기른다는 것은 나를 기른다는 것과 꼭 같은 말이다. 특정 운동의 효과·효능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힘을 기른다. 20㎏ 케틀벨 한손 스윙을 하는 나를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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