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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팔짱의 심리학 / 김종구

등록 2016-11-08 18:02수정 2016-11-08 19:05

사람이 팔짱을 끼는 것은 보통 상대에 대한 거절이나 방어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자기 앞에 울타리를 쳐서 타인이 자기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팔짱의 의미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1960년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 중간에 존 에프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보면 닉슨은 팔짱을 끼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별수사관 출신으로 <FBI 행동심리학> 등의 책을 쓴 조 나바로는 “평생 ‘아이비리그 출신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닌 닉슨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한다.

팔짱을 끼면 어려운 문제를 30%는 더 골똘히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닌 드라이버는 “팔짱을 끼면 사람의 우뇌와 좌뇌가 모두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팔짱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분노를 자제시키는 구실도 한다. 팔짱은 또 자신의 강인함과 높은 지위를 과시하는 ‘파워 포즈’(power pose)이기도 하다. 나바로는 “슈퍼맨은 이해가 되지만 워싱턴 디시에 새로 세워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동상이 팔짱 낀 모습인 것은 잘못이다. 학교 교사들은 ‘깡패 포즈’라고 비판한다”고 말한다. 나바로는 “결국 사람의 몸짓에 함축된 의미는 환경과 맥락, 다른 행동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팔짱을 낀 의미는 무엇일까. 검찰에 대한 방어벽인가, 수사에 따른 불안감 해소인가, 아니면 분노의 자제인가. 검찰에 출석할 때의 기세등등한 태도며, 우씨 맞은편에 있던 검사와 수사관이 손을 공손히 모은 장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석’하면 결국 자신의 힘과 위세를 과시하는 ‘파워 포즈’ 내지는 ‘깡패 포즈’로 읽힌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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