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에디터 새해 같지 않은 새해입니다. 지난해 마무리됐어야 할 일들이 해를 넘어온 탓입니다. 희망찬 새해를 노래하기 이른 탓입니다. 설 연휴 이후엔 그 무엇도 분명치 않은 어정쩡한 1월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지길 기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과 ‘벚꽃 대선’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실 ‘편집국에서’ 글감은 넘쳐납니다. 이쪽 반, 저쪽 반 대선행보에서 비롯된 ‘반반’, “사람 사는 사회” “나쁜 놈들” 등 매일 기삿거리를 내놓아서 ‘우일신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우리나라 최고 실세’를 확인시켜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구속 등을 뒤로하고, 오늘은 이 지면을 ‘사유화’해볼까 합니다. 우리의 먹고사니즘, <한겨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1987년 민주화운동에 젖줄을 대고 있고 “신문다운 신문 하나 만들어보자”며 시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1988년 5월15일 창간호를 찍어냈으니, 그 ‘우리’는 매일 한겨레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 혹은 독자와 주주를 넘어설 겁니다. 최근 <뉴욕 타임스>가 공개한 ‘2020그룹 리포트’를 봤습니다. 첫 문장이 “지금은 뉴욕 타임스의 명운을 가를 결정적 순간이다”(This is a vital moment in the life of The New York Times)로 시작합니다. 2014년 디지털 시대를 겨냥한 ‘혁신보고서’를 내놓아 전세계 미디어업계의 주목을 끌었던 이 매체는 7명의 기자로 2020그룹을 꾸려 이번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2011년부터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를 본격 도입한 <뉴욕 타임스>는 현재 150만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온·오프 구독료 수입이 광고 수입을 넘어섰습니다. ‘고급 저널리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것’을 신문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관통하는 자신들의 일관된 모델이라고 표방하는 데는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한겨레>도 조심스럽게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에 나섭니다. 아직은 실험 단계, 파일럿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이용료를 내야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방식과 뉴스를 이용한 뒤에 자발적으로 지갑을 여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한겨레가 시도하는 방식은 후자입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민중의 소리>나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오늘> 등이 시행중인 유료화 방식과 비슷합니다. 조만간 인터넷 한겨레, 모바일 한겨레에서 기사 말미에 결제창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마시라고 미리 드리는 말씀입니다. 디지털 한겨레 독자 입장에선 이전과 달라질 게 별로 없습니다. 다만, 다른 뉴스사이트에서 볼 수 없는 빛나는 특종, 발품을 많이 들인 기사를 만나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싶을 땐 그 기자를, 혹은 한겨레를 응원해주시면 됩니다. 설 연휴 즈음부터 ‘이 기사를 쓴 ○○○ 기자에게 △△△을 쏘실래요?’ 같은 문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원하는 독자들은 휴대폰 결제, 신용카드, 카카오 페이 방식으로 결제하실 수 있습니다. 심층성과 현장성이 돋보이는 기사, 파급력이 큰 특종 등 차별성 있는 기사부터 결제창을 붙일 계획입니다. 어쩌면 순서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민들이 만들어준 신문이니 디지털 시대에 맞는 매체 전략이 담긴 ‘한겨레 2020 보고서’를 내놓고 독자와 주주, 시민들과 공유한 뒤에 시작하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동시에 큰 숙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매일, 디지털 독자들이 지갑을 열고 싶을 만한 콘텐츠를 내놓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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