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한겨레21> 사진기자
수리부엉이 집을 얻었다. 닥치는 대로 먹잇감을 물어다 쌓아놓는 습성이 있어 저장고가 그득하다. 부엉이 곳간을 찾았으니 횡재다. 수리부엉이는 이곳에서 6년째 새끼를 길러 나갔다. 지난해는 알 세 개를 낳더니 두 개만 부화시켰다.
둥지 위치는 절묘하다. 10여m 높이의 바위절벽 중간에 바닥이 약간 파인 곳이 있다. 바람 불면 고개를 숙이고, 비가 오면 바위틈에서 비를 피할 수도 있다. 새에게는 안식처지만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둥지를 들여다볼 수 없어, 반대편 산 중턱에 올라가야 간신히 보이는 정도다. 사진 찍기에 좀 멀고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는 수준이다.
고민은 또 있다. 올빼미과는 야행성이다. 해가 지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새벽까지 은밀하게 날아다닌다. 또 날갯소리가 나지 않는다.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을 한 깃털 덕분이다. 소리 없이 날아다니는 밤의 제왕이 숲속 다른 동물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낮엔 둥지 근처 나무나 바위에 앉아 커다란 눈만 껌뻑껌뻑한다. 움직임이 거의 없고 가끔 귀찮은 숲의 침입자를 피해 날아가버리는 정도다. 밤에 사진을 찍으려면 불가피하게 인공조명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어둠 속 강한 빛에 새가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먹이 사냥과 새끼의 양육에도 악영향을 주기도 할 것이다.
야생에서 천적이 없는 수리부엉이는 먹이사슬의 정점 포식자다. 성깔머리도 있다. 한번은 둥지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던 사진가가 등을 공격당한 적도 있었다.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발톱에 할퀸 상처가 꽤 깊숙했다. 부엉이 숲에 혼자 들어갈 때면, 혹시 나도 공격당하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다. 또 성격이 예민해 번식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알을 버리거나 둥지를 포기하기도 한다. 접근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지난해 안산 대부도에서 수리부엉이 둥지를 촬영하던 사진작가들이 둥지 파괴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았다. 보호종인데 사진 욕심 때문에 허가 없이 조명을 비췄다. 둥지를 환하게 밝히고 주변 나무를 모두 잘라냈다고 한다. 비난을 받더니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나 역시 수리부엉이 둥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새를 귀찮고 성가시게 하는 중일까?
가을이면 벌써 뒷산엔 수리부엉이 소리가 난다. “부우 부우” 짝을 찾는 소리에 홀려 난 부엉이 숲으로 들어간다.
j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