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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문재인이든 안희정이든… / 신승근

등록 2017-02-05 18:24수정 2017-02-05 18:49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

설 명절, 광주광역시 처갓집 밥상머리는 뜨거웠다. 기자 사위 왔다고, 자꾸 논쟁을 부추겼다. “이번엔 문재인이 되것제”, “근데~, 안희정은 어쩔랑가”, “긍께, 사람은 괜찮은데, 거긴 안 되것제?”

지난 일주일, 지인들과의 술자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벚꽃 대선’의 대세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하지만 온통 안희정 충남지사 얘기다. 관심은 크게 두 가지다. 그가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을까, 정말 중도·보수로 확장력이 있을까.

두 주자의 측근들과 정치평론가에게 물어봤다. ‘문재인 대세론 뒤집기?’ 쉽지는 않다고 했다. 문재인 지지자는 똘똘 뭉쳐 있다. 반면, 본선이면 몰라도 중도 성향의 안희정 지지자들이 경선판을 뒤집겠다고 나설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일정도 빠듯하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전국 16개 시도 순회경선을 통해 반전을 거듭하며 ‘이인제 대세론’을 꺾었다. 이번엔 ‘4개 권역별 경선’이다. ‘반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다.

물론, 정치에서 정해진 결론은 없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문재인이 70% 다음 대통령인데, 30%는 ‘아직’이다. 대세지만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고, 안티는 확실하다”고 했다. ‘패권에 대한 두려움’, ‘배타적 열성지지층에 대한 피로감’ 등은 대세론이 굳어질수록 커질 것이란 얘기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48.02%의 득표(1469만2632표)를 하고도 박근혜 후보에게 3.5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문재인의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야권 지지층 안에서 “누가 우리편 말고 중도·보수 2%를 가져올 수 있겠냐”고 의심이 커진다면 안희정의 확장성에 더 주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안희정이 실제 중도·보수를 향한 확장성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은 엿보인다. 안희정은 분명 문재인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재벌개혁, 반값등록금 등 민감한 주제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패한 대연정까지 꺼냈다. 중도·보수 유권자에게 ‘권력은 독식하지 않고, 안보는 튼튼하게, 경제는 온건하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안희정에겐 ‘양날의 칼’이다. 유력 주자를 정하지 못한 보수세력은 ‘침묵’한다. 하지만 경쟁이 본격화되면 안희정의 ‘전술적 우클릭’을 의심하며 ‘친노·좌파 딱지’를 붙일 것이다. 일부 보수 언론은 ‘친노 폐족의 그림자’, ‘비타협적 투사에서 균형감 있는 정치인으로 갑작스런 변신’을 언급하며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야권 열성지지층은 ‘배신자가 아니냐’고 의심하며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비판을 자제하던 문재인이 지난 3일 “국정농단 세력과 대연정 못한다”며 안희정을 직접 겨냥한 것은 ‘경쟁의 서막’일 뿐이다. 안희정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최순실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난, 비판… 다 좋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저의 진심만은 알아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안희정이 부상할수록 ‘배신자 논리’는 드세질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은 서로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문재인과 안희정은 정권교체든 시대교체든 ‘진전을 위한 것’이라는 상호 신뢰가 있다고 믿고 싶다.

문재인의 측근은 말했다. “문재인은 여러 번 ‘안희정과의 선명한 경쟁은 야권의 확장력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론을 뒤집고 안희정이 후보가 된다면 확장성은 더 커지고, 필승 카드가 될 것이다. 문재인은 기쁘게 받아들일 사람이다.” 끝까지 그랬으면 좋겠다. 둘은 한 뿌리다. 누가 됐든 풍성하게 열매를 맺으면 된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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