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시도한 대니시 페이스트리. 반죽을 더 얇게 펴질 못해서 너무 뚱뚱해졌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크루아상은 껍질의 바삭함과 속의 촉촉함, 그리고 밀가루의 고소함과 거기에 밴 향기로운 기름기가 조화를 이루는 빵이다. 밀가루가 층을 이뤄 겹겹이 싸여 있는 모습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직접 빵을 만들기 전까지 크루아상은 딱 그 정도의 의미를 지닌 대상이었다.
대니시 페이스트리는 제빵기능사자격증 실기시험 과목 가운데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과목으로 꼽힌다. 이것이 출제되면 시험을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이 속출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학원에선 보통 4시간 동안 두 종류의 빵을 배우는데, 유독 대니시 페이스트리를 배울 때에는 온전히 이것에만 집중한다. 페이스트리는 밀가루 반죽과 유지(버터, 마가린, 쇼트닝 등)를 층층이 쌓아 바삭하게 구운 빵을 일컫는다. 대체로 제과 영역에 속하지만, 반죽에 이스트를 넣는 등 발효빵의 특성을 지닌 대니시 페이스트리는 제빵 영역에 속한다. 반죽을 초승달 모양으로 빚은 크루아상은 대니시 페이스트리의 대표 선수다.
오븐 안에서 익어가고 있는 대니시 페이스트리 반죽들. 고온에서 빠르게 굽지 않으면 반죽 사이에 있는 유지가 녹아서 흘러내릴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대충 이렇다. 밀가루와 물, 버터, 달걀, 이스트 등을 넣고 반죽을 만든 뒤 냉장고에 넣어 살짝 굳힌다. 충전용 유지도 정사각형 모양으로 넓게 펴서 냉장고에서 굳힌다. 유지를 반죽으로 감싼 뒤 가로가 긴 직사각형으로 넓게 편다. 이것을 3단으로 접어서 넓게 펴주는 일을 3차례 정도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넓게 편 반죽을 재단하여 모양을 만들어주고, 높은 온도에서 바싹 굽는다. 그러면 밀가루 반죽 사이사이에 위치한 유지가 녹으며 수증기압을 발생시키고, 그것이 밀가루 반죽을 들어올려 특유의 ‘층상구조’를 만들어낸다.
반죽과 유지의 모양을 네모반듯하게 잡아주고, 이것을 3번 접은 뒤 고르고 일정하게 펴주는 ‘3절접기’가 관건이다. 버터가 많이 들어간 찐득한 반죽은 조금만 방심해도 바닥과 밀대에 달라붙고, 아무리 공들여 밀어도 사각형 모양을 유지하기 힘들다. 게다가 온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유지가 녹아버리기 때문에 중간중간 반죽을 냉장실에 넣어 굳혀줘야 한다.
갓 구워져 나온 대니시 페이스트리. 시중에서 파는 크루아상과 분명히 뭔가 다른데, 뭐가 다른지 명확하게 짚어낼 수가 없다.
빵 만들기를 배운 뒤, 시중에 팔리는 그 많은 크루아상들이 모두 이렇게 고된 노동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다 ‘파이롤러’라는 기계만 있으면 굳이 사람 손으로 ‘3절접기’를 일일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냉동반죽을 공급하는 업체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빵이 공장에서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비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제빵’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스스로 새기는 계기로 삼을 뿐이다.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이것을 발효시킨 뒤 오븐에서 굽거나 찐 것”이 제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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