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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1]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다 / 김명진

등록 2017-08-30 19:19수정 2017-08-30 20:06

지난해 10월 미니벨로를 타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퇴근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해 10월 미니벨로를 타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퇴근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명진
디지털사진팀 기자

어쩌다 마흔이 넘었다. 급격하게 체력은 떨어지고 허리는 굵어졌다. 20대 초반 군대를 전역했을 당시 60㎏ 초반이었던 몸무게는 76㎏에 육박했다. 허리와 무릎에는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에서는 지방간 판정이 나왔다. 별로 사용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썩을 놈’(전라도 사투리)의 몸뚱이가 고장이라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무게가 빠지기는 했지만 계속하다보니 지루해졌다. 어떤 운동이 재미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자전거가 보였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나와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린다. 사람이 거의 없는 도로를 달리면 차량으로 꽉 막힌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보인다. ‘나는 저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간사한 마음은 상대적 여유로움에 위안을 얻는다. 페달질이 훨씬 가벼워진다.

금세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는 행동 자체가 좋았다. 직업상(사진기자) 온종일 기사를 읽고 사진을 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화장실에 앉아서도 스마트폰을 쉼 없이 두드린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볼 수도 없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몸속의 에너지를 소진하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뇌에 쉼을 주는 일종의 ‘멍’ 때리는 순간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차량이 없는 지방도로를 달리면 ‘차르륵차르륵’ 돌아가는 체인 소리와 ‘쉭쉭’하는 바람 소리,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사람의 몸과 기계가 맞물리면서 만들어내는 원초적인 소리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뛰게 한다.

자전거의 또 다른 매력은 인간의 힘만으로 동력을 얻는 운송수단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프로선수들은 평지에서 시속 50㎞가 넘는 속도로 200여㎞를 달린다. 프로선수가 아니라도 일반인들도 시속 20~30㎞를 쉽게 낼 수 있다. 동력원은 대부분 라이더의 허벅지와 코어 근육에서 나온다. 페달을 밟아 밑으로 잡아끄는 중력과 가장 큰 저항을 만들어내는 바람을 이겨내고 달린다. 가끔씩 질주 본능이 일어난다. 허벅지와 폐가 터질 듯 페달질을 한다. 풀잎과 나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자주 달리던 구간에서 최고속도를 기록하면 쾌감이 몰려온다.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지 6개월이 지났다. 몸무게는 64㎏까지 내려갔다. 체중이 내려간 만큼 자전거에 빠지기 시작했다. 자나 깨나 자전거를 생각하는 자덕(자전거 덕후)의 길로 들어섰다.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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