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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5] 사이클은 ‘희생’이다 / 김명진

등록 2017-09-27 18:39수정 2017-09-27 19:09

김명진
디지털사진팀 기자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사이클 경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프로 선수들은 어떻게 타는지 궁금했다. 사이클 경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인 ‘2017 투르 드 프랑스’를 시청했다. 올해 투르 드 프랑스는 23일 동안 쉬는 날 이틀을 제외하고 21개 스테이지(구간) 레이스가 열렸다. 프랑스 전역 3540㎞를 돌았다.

‘2017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스카이팀의 크리스 프룸이 우승했다. 4번째 우승을 노리던 크리스 프룸은 15번째 스테이지에서 중요한 오르막을 앞두고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옐로 저지(1위를 달리고 있거나 우승한 선수가 입는 사이클 상의)를 다른 선수에게 빼앗길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중계화면에서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같은 팀 동료 미하우 크비아트코프스키가 자신의 뒷바퀴를 빼서 프롬에게 넘겨줬다. 다른 스카이팀 선수들은 차례로 크리스 프룸을 이끌어주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한 팀원들은 펠로톤(사이클 선수들의 집단)에서 떨어져 나갔다.

사진기자 자전거클럽 ‘룡자전거클럽’ 교주(회원들이 부르는 명칭) <중앙일보> 김성룡 기자(맨 오른쪽)와 회원들이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클럽 회원들과 같이 하는 라이딩은 항상 즐겁다.
사진기자 자전거클럽 ‘룡자전거클럽’ 교주(회원들이 부르는 명칭) <중앙일보> 김성룡 기자(맨 오른쪽)와 회원들이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클럽 회원들과 같이 하는 라이딩은 항상 즐겁다.

크리스 프룸은 주요 우승 후보들이 있던 펠로톤을 15초까지 따라붙었다. 이때 종합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던 도메스티크(프랑스어로 ‘하인’을 뜻하고 사이클 경기에서는 팀의 에이스를 돕는 역할을 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미켈 란다 선수가 자신의 기록 손해를 감수하고 언덕 위에서 내려와 크리스 프룸을 이끌어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팀원들의 희생으로 크리스 프룸은 우승 후보군이 있던 무리를 따라잡았고 옐로 저지를 수성할 수 있었다.

자전거는 마라톤과 같이 혼자 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에이스의 우승을 위해 나머지 팀원들이 엄청난 ‘희생’을 하고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경기라고 생각했던 사이클은 가장 이타적인 경기였다. 투르 드 프랑스 같은 스테이지 레이스에서는 팀에서 제일 우승 가능성이 큰 선수를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우승자는 팀원들과 우승상금을 나누기도 한다.

동호인의 라이딩에서도 비슷하다. 가장 잘 타는 사람이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선두에서 라이딩을 이끈다. 선두에 서는 라이더는 항상 뒤를 살피면서 낙오자가 있는지, 자전거 이상은 없는지 확인한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기다려준다.

필자가 경기 고양시 말머리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오대일 <뉴스1 > 기자 제공
필자가 경기 고양시 말머리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오대일 <뉴스1 > 기자 제공

우리네 인생은 로드 자전거의 레이스와 같다. 나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좌절에 빠져 허우적대면 누군가 와서 위로를 건넸다. 혼자 잘나서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던 일들에는 음양으로 도와주었던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오늘도 자전거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는다. 누군가 내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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