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디터석 기자 “보안여관에서 도시농부 장터가 열려요. 선유아리농장도 재미 삼아 나와봐요.”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말이었다. 농장 이웃인 ‘우보님’(우보농장 주인)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다. 관리기를 빌려주고, 볏짚을 나눠줬으며 서툰 농사에 여러 도움을 받은 터였다. ‘세모아(세상의 모든 아마추어) 장터’는 도시농부들과 유기농 식재료로 상을 차리는 요리사들이 만나 여름작물을 나누고 요리하는 행사라고 했다. 가을 농사가 막 시작된 농장에는 배추, 무, 갓 따위 모종만 자라고 있었다. 장터에 내놓을 수확물이 별로 없었다. 농장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일주일 만에 감자 50여개, 마늘 20여개, 애호박 5개, 노각 20여개, 참외 2개, 대파 한단이 농막에 쌓였다. 공동밭 풀을 베다가 돼지 머리보다 큰 호박 두 개를 횡재했다. 상추, 깻잎, 호박잎 등 푸성귀는 모조리 거둬 꾸러미에 담았다. 그래도 소형차 뒷좌석을 다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도 좌판 장식용으로 챙긴 밤나무 가지가 반을 차지했다. 이게 팔릴까? 장터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난 9월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세모아 도시농부’ 장터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월2일 ‘세모아 도시농부’ 장터가 열린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 선유아리농장 좌판에 채소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 9월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 ‘세모아 도시농부’ 장터에서 손님들이 밤송이를 구경하고 있다.
‘세모아 도시농부’ 장터에 내놓은 선유아리농장의 채소들.
연재덕기자 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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