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편집국장 대전광역시와 옥천군을 통합하자는 공약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 빨랫줄처럼 걸려 있다. 대전광역시 시장으로 나오는 여당 야당 후보 할 것 없이 ‘메가시티 대전’을 들먹이며 인근 충북 옥천군과 충남 금산군을 대전으로 통합시키겠다는 공약을 아무렇지 않게 내건다. 영 뜻밖의 공약은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화두로 던졌을 때도 단골 메뉴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통합이 아니라 ‘편입’이다. 상층 광역행정구역을 충청북도에서 대전광역시로 바꾸는 문제다. 부산 기장, 대구 달성, 인천 강화, 울산 울주 등 광역시에 편입된 군의 개발, 성장 속도를 보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서 도시가 인근 농촌을 잡아먹는 모양새로 진행될 것이다. 광역시는 계속 그 욕망을 키워 인근 지역을 편입시키면서 도 체제마저 무너뜨릴 공산이 크다. 당장 옥천 통합과 관련해서도 충청북도의 존립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옥천이 대전에 편입되면 옥천을 통해 연결된 영동군은 어찌할 것인가? 남부 3군 중 2개 군이 이탈하면 사실상 충청북도의 도 체제는 유지하기 힘들다. 이번에 옥천군 의원 후보로 나온 몇몇도 대전-옥천 통합 찬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팎에서 조응하기 때문에 소리가 나오고, 현재 추진 검토되는 대전-옥천 간 광역전철이 생기면 그 소리는 더 커질지 모른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철이 연결되면 경제권이 빨려들면서 예속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통합이 되면 혐오시설 등이 군이었던 외곽으로 빠지고, 인구가 적은 군은 그만큼 목소리도 적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논란 속에 주목할 화두는 특별시-광역시 체제의 전횡이다. 대전은 1989년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인근 지자체를 잡아먹는 포식성을 키우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생겨 경쟁구도가 나타나면서 그 정도는 심해졌다. 먹고 먹히느냐의 파워게임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전 바로 옆에 세종특별자치시가 만들어지면서 인구 150만명이 무너졌고 대전의 택시기사들이 ‘행정수도 결사반대’를 내걸기 시작했다. 권력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여들고, 힘과 돈은 맞물려 과도한 구심력을 만든다. 광역시, 특별시의 도시적 욕망은 아마도 태어난 모태의 ‘도’를 다 빨아들여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미 면적만 남은 헛껍데기 ‘도’는 광역시의 배경만 될 것이다. 과감히 제안하건대 광역시 체제를 재고해야 한다. 광역시를 다시 도 안에 넣어야 그 개발과 성장을 나눌 수 있다. 그 ‘도’라는 상층 체제도 기초의 연합으로 봐야지, 한 단계 상전을 모시고 있는 구조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1991년 지방의원을 뽑으면서 지방자치제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자치구역이 아니라 행정구역이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도 이뤄진 행정구역 개편, 아니 통합은 사실상 자치에 역행한다. 나는 4개 기초지자체의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만든 제주‘특별’자치도란 허울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으로 가장 작은 지자체인 진해의 역사, 문화, 정체성 등이 사라질까 우려한다. 자치란 말이다. 사실 작을수록 좋다. 개헌이 ‘잠시 멈춤’했지만, 연방제 수준의 분권과 자치가 다시 논의되면 좋겠다. 면적과 인구의 불균형은 결국 우리 사회를 괴물로 만들 것이다. 중심과 변방이 없어지고 수평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이 곳곳에서 만개할 때 우리는 또 다른 나라를 만날 수 있다. 광역시의 욕망이 도 안에서 여느 작은 농촌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제어되길 희망한다. 그때의 도는 기초지자체가 수평적으로 연대하고 논의하는 연합체로서 기능하길 바란다. 함부로 우리가 사는 삶터를 통합한다는 공약을 운운하지 말라. 가서 들어보았는가? 큰 것들의 횡포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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