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사회2 에디터
2016년 아파트가 전체 주택에서 자치하는 비율은 60.1%로 역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995년까지는 단독주택(47.1%)이 아파트(37.5%)보다 더 많았으나, 2000년부터는 아파트(47.7%)가 단독주택(37.1%)보다 더 많아졌다. 새로 짓는 주택의 대부분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아파트의 비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아파트 비율이 급증한 것은 아파트가 제공한 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대규모 공급이 쉽기 때문에 1985년에서 2016년 사이 전체 주택 수를 2.7배로 늘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다. 또 아파트는 편리하고 깨끗한 현대적 주거 공간과 폭발적으로 늘어난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을 제공했으며, 불편하고 차별적이었던 부엌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켰다. 무엇보다 엄청난 매매 차익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자산을 늘렸다. 현재 한국의 중간계급이 가진 자산의 대부분이 아파트다.
개인적으로는 아파트가 이렇게 지배적 주택 유형이 된 현실이 안타깝다. 아파트를 보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파트와 선분양이란 제도는 집을 투기적 상품으로 전락시켰다. 아파트는 규격화한 대량의 주택 상품을 공급하는 데 매우 편리하다. 다른 유형의 주택엔 똑같은 집이 거의 없지만, 아파트는 한 단지 안에 보통 수십채, 많게는 수백채의 똑같은 집이 있다. 값을 매기기도, 거래하기도, 이익을 보기도 쉽다. 그래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남보다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집을 ‘갈아타야’ 한다. 2017년 한국인의 평균 거주 기간은 8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집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말한 것과 달리, 단지 ‘살기 위한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더 정서적이고, 많은 인간관계와 역사, 기억을 담은 공간이다. 사회적으로도 어떤 집에 사는지는 시민들의 의식에 도저한 영향을 준다.
또 아파트는 한국의 도시를 망치고 있다. 기존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담장을 둘러 주변 동네와 단절하고 멀쩡한 길도 막아버린다. 아파트 단지 안 도로는 아파트 주민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들이지 않고 주택을 개선하려는 무책임한 정부가 공공 도로를 재개발 조합에 넘겨준 결과다. 단지 아파트는 도시 공간에서 악성 종양과 같은데, 계속 확산되고 있다.
아파트는 공동체도 무너뜨렸다. 아파트는 한 동 안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현관문이 사생활을 극단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이웃이 형성되기 어렵다. 거리와 골목, 마당처럼 사적-공적 공간의 중간 지대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접촉 시간과 횟수는 줄어들고 이웃은 멀어진다. 더욱이 수직으로 지어져 모든 이웃들은 ‘층간 소음’이란 만성 갈등을 안고 산다.
아파트는 도시의 경관도 망가뜨린다. 과거 한국의 집에서 지붕에 올라 산이나 도시 경관을 바라보는 일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내 아파트에서만 경관을 즐기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결국 대부분의 집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을 아파트만으로 획일화했다. ‘내가 보는 경관’만 신경 쓰고 ‘남에게 보이는 경관’을 신경 쓰지 않은 어리석음이었다. 경관이라는 공공 자산은 이렇게 사라졌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단독주택과 연결주택(타운하우스), 다세대·다가구 주택, 저층 아파트(연립주택)와 같은 도시·공동체 친화적인 주택들을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공급의 변화는 사기업엔 기대할 수 없다. 이제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들이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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