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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민주당, 진짜 ‘실력’을 보여줄 시간

등록 2018-08-29 17:54수정 2018-08-30 16:18

최혜정
정치에디터

“우리 때랑 똑같아. 대통령이랑 당 지지율 더 떨어져봐. 주류 안에서 싸우고, 당-청은 인사 문제로 부딪칠 거야. 관료들도 점점 말 안 들어.”

더불어민주당 대표 레이스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 점심 자리에서 만난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세상만사 초월한 표정으로 탕수육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민주당 대표 후보들이 ‘누가 누가 더 친문인가’를 두고 경쟁하던 때다.

그 의원의 ‘평행이론’ 주장은 보수정부 9년을 넘나들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중반인 2011년 친이계가 이재오계-이상득계로 나뉘어 골육상쟁을 벌이다 원내대표 자리를 중립 성향에 내줬던 기억을 소환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계의 충성경쟁(진박, 뼈박, 골박…)과 갈등, 2016년의 막장 공천, 정권의 참혹한 말로를 되짚었다.

“가는 길이 뻔하다”는 그에게 “개인적 소망을 얘기하는 거냐”고 눙쳤지만, 이후 컨벤션 효과는커녕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민주당 전당대회에 그의 얘기가 자꾸 겹쳐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코트테일 이펙트’(옷자락 효과)라는 말이 있다. 여당이 대통령의 인기 덕을 보는 현상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편승해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휩쓸었다.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해 요즘엔 40% 안팎(한국갤럽 조사 기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높은 편인데다 꾸준히 ‘바닥’을 다지고 있는 제1야당과 비교할 바도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여당이 자생력이 있었던 건 아니니, 일단 고전하는 문 대통령 지지율과 ‘동기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겠다. 다만 ‘그동안 뭘 했나’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주택자들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하는 서울 집값 폭등과 자영업자 문제, 일자리 부족 등 서민들을 자극하는 이슈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집권여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민생경제 해법은 주요 의제도 아니었다.

얼마 전부턴 내로남불 논란이 더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규제프리존법 제정 등은 지난 정부 시절 민주당이 극렬히 반대했던 사안이다. 당 지도부는 토론 한번 없이 입법을 공언했다가 지지층은 물론 당내에서도 역풍을 맞았다. 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는 있지만, 그간 지켜온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 ‘그게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심야 긴급회의를 열어 제명하고 여러 회의 석상에서 흰 장미를 들며 ‘미투’를 응원하더니, 무죄판결에 대한 당 차원의 비판 논평은 한줄도 내지 않았다. 비동의 간음죄를 입법화하자는 국회 간담회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이쯤 되면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판이다.

요즘 자유한국당 안에서 ‘내년 박근혜 사면설’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여럿이라고 한다. 내년쯤 되면 지지율 하락에 못 견딘 문재인 정부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것이고, 박근혜를 중심으로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재기한다는 ‘빅픽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무도한 바람과 ‘우리도 그랬다’는 예견 뒤편에는 문재인 정권의 실패와 여당 내 분열이 당연한 전제처럼 깔려 있다. 집권여당 2기 ‘이해찬호’에 우려와 기대가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긴밀하면서 대등한 당-청 관계를 수립하고, 관료집단을 견인해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 당내 화합 등 뭐 하나 뒤로 미룰 수 있는 게 없다. 진짜 ‘실력’을 보여줄 시간이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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