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에디터 통장 잔고 0원. 2016년 9월21일 세상을 떠날 때 그의 통장에는 한푼도 없었다. 유품이라고는 닳아빠진 양복과 이부자리, 책상 2개 정도였다. 평생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울타리 역할을 마다 않고, 꼬깃꼬깃 현금을 모아 의미 있는 일에 기부했다고 한다. 아픈 이들을 살리라며 장기 기증을 유언했다. 전두환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부른 고 조비오 신부 얘기다. 조비오 신부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사회 인사들이 나섰던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다. 넉달간 옥고도 치렀다. 89년 국회 ‘광주 청문회’에 나가 신군부의 학살을 증언했다.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는 심정을 털어놨다. 특히 계엄군이 헬기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 쏘는 것을 봤다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증언을 했다. 군의 주장대로 시위 진압이나 자위권 차원이 아니라 시민들에 대해 집단 살상을 시도한 셈이기 때문이다. 헬기 사격은 2017년 4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185곳의 총탄 흔적에 대해 “헬기 사격에 의한 것”이라는 감식 결과를 내놓기까지 ‘증언’으로만 존재했다.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2017년 5·18 민주화운동 37돌 기념식에서 김소형씨가 ‘슬픈 생일’이라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창문으로 날아든 계엄군 총탄에 아버지를 잃었다. ‘5·18둥이’가 울며 단상을 내려가려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뒤쫓아가 안아주었다.
5·18 민주유공자 3단체와 5·18기념재단 관계자, 유가족 등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5·18진상규명조사위 위원 추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으로 이동해 나경원 원내대표 면담을 요구하며 추천위원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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