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부에디터 검찰이 뒤숭숭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뒤 이어진 지난달 26일 고위직, 31일 중간 간부 인사 여파 때문이다. 정치바람 타기로 유명한 검찰 인사가 언제는 뒷말이 없었겠나 싶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두 인사 발표 뒤 각각 검사 20여명이 사의를 밝혔다. 전례없는 사표 행렬, 특히 중간 간부층의 대거 이탈에 검사들 스스로 놀랄 정도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윤석열 사단의 약진’이다. 최근 2~3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춰 적폐수사를 진행해온 이들이 일제히 두세 단계씩 뛰어넘어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차장들은 대검 부장(검사장)으로, 서울중앙지검 부장들은 같은 검찰청 차장으로 수직 이동했다. 회사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주력 계열사(서울중앙지검) 윤 사장이 여러 선배를 제치고 그룹(대검)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해당 계열사에서 윤 사장을 보좌하던 전략기획, 마케팅, 경영지원 담당 상무들이 일제히 그룹 전체 전략기획, 마케팅, 경영지원 총괄 사장으로 영전했다. 전무~부사장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이어 그 계열사에서는 전략기획(특수통) 1, 2, 3팀장이 부장과 이사(담당)를 건너뛰고 상무로 승진해 전략기획, 마케팅, 경영지원 담당 임원이 됐다. 비주력 계열사(나머지 검찰청) 임직원들, 주력 계열사 다른 부서 직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건 너무하네’란 말이 안 나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이례적인 발탁은, 보기에 따라 성과에 대한 과감한 보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계열사들을 살펴보자.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고검장)을 배출한 기타 계열사는 서울북부지검(김영대)과 인천지검(김우현), 의정부지검(양부남) 세곳이다. 그런데 그에 합당한 성과가 뭔가? 이 지역 검찰이 눈에 띄는 거악 척결이나 민생사범 처벌 실적이라도 냈나? 심지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이었던 의정부지검장은 대검까지 압수수색하는 요란을 떨고도 핵심 피고인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조직에서 별 존재감 없는 두 사람과 책임을 물어도 모자라는 사람을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에 앉혀준 것이다. 이유가 뭘까, 한 차장급 검사에 물었다. “순진하긴. 권성동을 (무조건) 치라는 신호를 무시한 문무일 총장을 치받은 게 정권으로서는 ‘공’ 아니었겠나. 나한테 미운 놈(문무일) 때리면 내 편이란 게 권력의 생리야. 또 고검장 여섯 중에 넷이 광주·전남인데, 티케이(TK) 한명(김영대)은 넣어줘야 했겠지.” 그러고 보니 정부·여당과 관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손혜원 의원,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동부지검장(한찬식)과 서울남부지검장(권익환), 수원지검장(차경환)은 이번에 예외없이 옷을 벗었다. 이런 인사판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대진 검찰국장의 작품이라고 한다. 특수통 발탁, 승진 인사에는 윤석열 총장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특이한 건 인사 날짜다. 전례없이 검사장 부임일(31일)에 중간 간부 인사가 났다. ‘새 검찰국장(이성윤)이 부임해도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혹여라도 짜놓은 (중간 간부) 인사판이 수정될까봐 후임자가 손대지 못하도록 인사 텀을 없앤 것’이라는 해석이 돌았다. 이렇게 집요하게 검찰 인사를 쥐어짠 전례가 있을까? 사실 달리 생각해보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의로 검찰을 손에서 놨건만, 검찰은 힘 빠진 주인을 무시하다 못해 사정없이 물어뜯지 않았던가. 검찰을 놔줬다가 어떤 화를 당할지 큰 교훈을 얻었을 터다. 백보 양보해 여기까지 그러려니 해도 이해하기 힘든 건 또 있다. 이번 검사장 승진자 가운데는 엠비 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우리법연구회 명단 수집 등 ‘좌파 법조인’ 공세를 위한 작업에 열심히 복무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포함됐다. 또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건 수사를 참 열심히 했다는 이가 검찰 특별수사를 조율, 관리하는 핵심 보직에 발탁됐다. 둘 다 ‘윤 사장’님과 각별한 인연이 회자되고 있단다. 문재인 정부 검찰, 과연 어디로 향하는 걸까.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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