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수싸움’이 필요한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수를 쓰면 상대는 어떻게 나올까? 상대가 저렇게 하면 나는 또 어떻게 하지? 힘들여 싸우는 것보다 협력하는 게 이익이라면,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눈 딱 감고 타협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학 시절 경제학과에 가서 게임이론 수업을 듣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저 골치 아픈 이야기를 간단한 수학 공식 한줄로 정리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다. 복잡한 세상사를 수학으로 똑 떨어지게 설명할 길이 내시 덕분에 열린 셈이다.
내시가 ‘내시 균형’의 이론을 내놓은 나이가 스물두살, 그런데 이후의 행적에 대해 사람들은 말을 아꼈다. “불운한 천재”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조현병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 알았다.
수십년 고생한 끝에 내시는 조현병을 이겨냈다. 주위 사람의 도움도 컸다. 아내는 이혼하고도 여러 해 동안 내시와 함께 살며 돌봐줬다.(훗날 재결합) 프린스턴대학은 학교 공간을 쓰도록 배려. 1994년 10월11일 내시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도 동료 학자들의 도움 덕분이다. 정신질환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우리 사회가 눈여겨볼 이야기 같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