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 ㅣ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661만명이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해 8월에는 748만명으로 87만명 증가했다. 전체 노동자를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 비율은 33.0%에서 36.4%로 3.4%포인트 증가했다. 한해 87만명에 3.4%포인트 증가? 보수 언론과 일부 학자들은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비정규직이 폭증했다’며 흥겨워(?)한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선지 통계청도 국제노동기구(ILO)의 새 기준에 따라 병행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추가로 포착되었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이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꼬박꼬박 다시 분석해온 필자로서는 지난 한달간 몹시 궁금했다. 몇해 전까지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며칠 만에 원시자료를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한달쯤 지나서야 원시자료를 구할 수 있다. 마침내 원시자료가 공개되고, 사흘이 걸려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보고서를 작성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 꼬박 20년 동안, 30번째로 나온 보고서다.
이번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은 2016년 874만명을 정점으로 2017년 843만명, 2018년 821만명으로 해마다 감소하다가 올해 8월에는 856만명으로 35만명 증가했다. 전체 노동자를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 비율은 2016년 44.5%에서 2017년 42.4%, 2018년 40.9%로 계속 낮아지다가 올해는 41.6%로 0.7%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은 87만명에 3.4%포인트 증가했다고 했는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35만명에 0.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그것은 통계청이 추가로 포착했다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노동사회연구소는 장기임시근로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비정규직으로 포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간제가 80만명 증가하는 대신 장기임시근로가 52만명 감소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똑같은 자료를 분석했는데 통계청은 비정규직이 748만명이고 노동사회연구소는 856만명인 이유는 뭘까? 통계청은 한시근로, 기간제근로, 시간제근로, 파견근로, 용역근로, 가내근로, 호출근로, 특수고용 8개 문항 중 어느 하나에 응답한 사람만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그러다 보니 임시직과 일용직 108만명이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한국의 노동 현장에서 임시직이나 일용직이면 두말할 것 없이 비정규직이다. 세상에 임시직과 일용직이 정규직이라니? 통계청이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임시직과 일용직을, 노동사회연구소는 장기임시근로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으로 분류해왔다. 통계청과 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추세가 다르고 실태가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가 완벽하게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의 조사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되고,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되고, 이주노동자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국제노동기구의 새 기준에 따라 병행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포착되지 않던 비정규직이 새로이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2021년부터는 국제노동기구의 새 기준에 따라 경제활동인구조사 조사표가 큰 폭으로 개편된다. 그때는 비정규직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해마다 감소하던 비정규직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87만명은 아니더라도 지난 1년 사이 35만명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임금노동자가 50만명 증가하다 보니 비정규직도 증가했다,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다 보니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등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좀더 근원적인 이유는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는 상시·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 직접고용 공약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