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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매 맞는 말이 니체를 미치게 했는가 / 김태권

등록 2020-01-02 15:34수정 2020-01-03 02:42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마부가 말을 매질하고 있었다. 니체는 산책하다 이 모습을 보았다. 말의 목을 부둥켜안더니 의식을 잃었다. 1889년 1월3일은 니체가 미쳐버린 날. 11년 동안 정신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떴다. 두드려 맞는 말이 불쌍해 니체가 병이 났을까. 그렇다면 의외다. 약한 자에게 연민을 품는 일을, 니체는 안 좋게 말했기 때문이다.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인다.

야박하다 손가락질하기엔 간단하지 않은 맥락이 있다. 그는 목사의 아들이고 한때 신학을 공부했으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전기를 연구했다. 그런데 자기 철학을 시작하면서 니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오랜 생각들을 의심했다. 그때까지 배운 사상들을 뒤엎었다(현대사상에서 니체가 중요한 이유다). 약한 사람의 편을 드는 종교와 철학의 오래된 가르침도 일단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니체가 연민과 같은 따뜻한 감정을 지워버린 괴물이었을까. “기독교적 연민은 니체 자신도 유혹했습니다. 자기 극복은 자기 가치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시대 가치를 극복하는 일입니다. 그가 혐오했던 연민은 그 자체가 니체 서사의 자기 분열이었고, 결국 토리노에서 니체를 붕괴시켰습니다.” <아무도 위하지 않는 그러나 모두를 위한 니체>란 책을 지은 니체 연구자 김동국의 설명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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