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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기후악당’ 대한민국 / 김아진

등록 2020-01-27 18:15수정 2020-02-02 18:53

김아진 ㅣ 대구 봉무초등학교 졸업 예정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이루어졌다. 로마클럽, 도쿄협정, 파리협정 등으로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배출량은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기후변화대응지수)은 61개국 중 58위로 꼴찌 수준이다.

나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기후위기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도 거론될 만큼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발달하였다고도 한다.(참고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선진국>) 하지만, 기후위기 대책만큼은 다른 여러 선진국들보다 크게 뒤처진다. 기후위기 교육을 의무로 하겠다는 이탈리아, 주 1회 채식 급식이 의무화된 프랑스 등의 나라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기 위해서는 따로 공부를 해야 하고 채식 지향은커녕 축산업계를 지원해준다며 ‘우리 돼지 안심하고 드세요’, ‘설을 맞아 고기 할인’ 등의 행사를 한다. 축산업자들도 중요하지만 사료 소비, 밀집 사육과 같은 문제로 인한 환경 영향이 심각하다면 다른 대응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기후위기의 큰 원인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는커녕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것이다.

둘째, 기후위기 전문 대책부서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몇 부서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미세먼지 관리를 함께 하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기후위기 대응에 더 소홀해진다. 지금 당장은 건강에 좋지 않은 미세먼지 관리가 더 중요할지 몰라도 기후변화 대응이 훨씬 시급하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미세먼지는 폭력배 정도라 제도를 만들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기후위기는 일단 시작되면 도심 한복판에 떨어지는 핵폭탄급의 위력이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 이렇게 지금 전문적으로 대응해도 충분할지 모르는 기후위기를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위다.

셋째, 실제와 달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국어책에는 ‘숲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동영상 캡처 사진이 있다. 물론 해당 페이지가 관련 내용은 아니지만 교과서에 실린 동영상 속 글귀는 현재 상황으로 보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에 거짓된 내용이 실려 있는 것이다. 또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을 넉넉한 기간(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예고된 2030년 등)을 잡아두고 시행한다는 것을 마치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장 홍보는 기후위기 대응 요구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

넷째,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외침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도 2019년 9월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일어났다.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기후악당’ 대한민국을 비판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청소년기후행동에서는 기후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들불과 관련해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 외에도 사회 곳곳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신 또는 후손의 존재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지만 국가를 움직일 힘까지는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국가를 움직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기후위기 대책을 세우고 정책과 법을 만들거나 시행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음에도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굉장한 잘못이다.

이 글을 통해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늦지만 마지막인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또 미래를 경제성장과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그 사실을 깨닫고 즉시 행동하기를 대한민국에 바란다.

(※초등학생의 글을 처음으로 기명 시론에 채택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필자가 직접 조사,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원문 그대로를 살리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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