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ㅣ 정의당 당대표
얼마 전 누군가 <한겨레> 시론을 꼭 읽어보라 권했습니다. <한겨레>가 처음으로 초등학생의 기고문을 기명 시론
(1월28일치 23면)으로 실었다는 말과 함께요. 김아진 학생의 글은 기후위기를 대하는 ‘기후악당’ 대한민국의 무책임과 위선에 찬 어른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위선의 탑을 쌓아온 ‘악당’의 한 사람으로서 김아진 학생에게 꼭 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아진 학생의 글에서, 지난해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당신들이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 갔다”고 질타한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진 학생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을 지적한 글을 읽으며, 마치 내가 그 앞에 선 듯했던 부끄러움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어른들은 ‘돈과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아진 학생의 미래를 소비해왔습니다. 지금 당장 더 잘 먹고 잘살겠다며 후세대가 마땅히 누려야 할 환경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닷속 산호초가 죽어가고, 호주 산불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기온 상승 1.5도(산업화 이전과 대비한 기온 상승폭)를 묶지 못한다면 빙하와 툰드라에 묶여 있는 탄소가 풀려나와 우리 힘으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 합니다.
아진 학생처럼 청소년과 청년들은 기후위기의 당사자이자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입니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청년세대에게 기후 재앙이 다가올 겁니다. 기성세대가 부동산 불패신화로 부를 이룬 결과 청년세대는 살 집이 없어 고통받았듯이요. 며칠 전, 청년들이 환경부 장관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인간도 멸종하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이 엄청난 절망과 위기의식에 무감각하기만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가 인천 송도에서 열렸지만, 여전히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 무풍지대입니다. 한국 경제는 이산화탄소에 의존해 번영했고, 한국 정치는 화석연료 산업과 절친한 친구 사이인 과거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지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와 싸워야 합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한 정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아진 학생에게 약속합니다. 여러분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저처럼 이미 살 만큼 산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젊은 청년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활짝 열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의당은 청년·청소년 여러분과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함께 싸우겠습니다.
정의당은 경제위기와 기후위기에 맞서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경제 전환을 준비해왔습니다. 지난해 9월 정의당은 ‘그린뉴딜경제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뉴딜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예전 미국 경제정책을 말하는데, 과거에는 회색 뉴딜로 경제를 살렸다면 이제는 녹색 뉴딜로 기후위기에도 동시에 대응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식습관과 같은 작은 일상생활의 변화부터 시작해 에너지, 산업, 교통, 주택 분야 등 커다란 변화를 망라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합니다.
심상정도 행동할게요. ‘지금 당장’ 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지 모르니까요. 대한민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약한 나라도 아니지요. 이제 우리는 선진국 따라잡기를 넘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계시민과 손을 맞잡고 대한민국이 선진적인 ‘기후영웅’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겠습니다. 아진 학생과 함께 행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