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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드라큘라가 되어버린 사내 / 김태권

등록 2020-02-13 18:13수정 2020-02-14 02:45

벨라 루고시 (1882~1956)
벨라 루고시 (1882~1956)

이름만 보면 알아볼 사람이 많지 않을 터. 하지만 분장한 모습을 보면 “아, 이 사람!” 싶을 것이다. 흑백영화 시절에 뱀파이어 역할을 도맡아 하던 배우다. 영화 <드라큘라>가 개봉한 날이 1931년 2월14일. 할리우드는 그 이후 줄곧 벨라 루고시에게 흡혈귀 역을 맡겼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상상력은 그에게 빚진 바 있다.

젊은 시절 경력이 의외다. 헝가리에서 배우들을 이끌고 좌파운동을 했다. 1919년에 혁명이 일어나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이를 열렬히 지지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반혁명 세력이 좌파정부를 무너뜨렸고 혁명가들은 나라 밖으로 망명했는데, 루고시도 이때 고향을 등졌다. 지식인 죄르지 루카치나 아르놀트 하우저가 헝가리를 빠져나온 것도 이 무렵 일이니, 벨라 루고시는 그 유명한 루카치와 망명 동기였던 셈이다.

미국에 건너가 연극과 영화에서 드라큘라 배역을 맡았다. 드라큘라와 같은 동유럽 출신이라는 점도 영어를 어색하게 발음한다는 점도, 미국 대중이 상상하는 드라큘라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중에는 연기 변신도 시도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대중의 머릿속에는 루고시가 뱀파이어고 뱀파이어가 곧 루고시였을 뿐이다. 결국은 본인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세상을 떠날 때 드라큘라 망토를 입혀 자기를 묻어달라고 당부한 것을 보면.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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