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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월식과 감염병 / 김태권

등록 2020-02-27 18:12수정 2020-02-28 02:47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1451~1506)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1451~1506)

네번째 항해에서 콜럼버스는 지금의 자메이카 섬에 도착했다. 처음에 친절하던 원주민도 일행이 죽 말썽을 피우자 돕기를 거부했다. 콜럼버스는 자기네를 돕지 않으면 하늘이 노하시리라고 ‘예언'했다. 유럽에서 가져온 책력에 월식이 일어날 날짜가 실려 있던 것. 1504년 2월29일, 달이 사라지자 원주민들은 다시 콜럼버스 말을 따랐다나. 보기에 따라 콜럼버스는 영악한 꾀보일 수도 재치있는 사기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일화가 소비되는 맥락이다. ‘문명 세계의 사람'이 일식과 월식을 예언해 ‘미개한 원주민'을 복종시키는 모티프는 이후 모험소설의 단골 장면이 됐다. 실제로 콜럼버스 일행이 원주민을 대한 방식은 무시무시하다. 두번째 항해 때 원정대는 황금을 구해 오라며 원주민을 강제노동시켰다. 하워드 진에 따르면 “(할당량을 채운) 원주민의 목에는 구리표가 걸렸고, 표를 걸지 못한 사람들은 손이 잘려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살아도 고통이었다. 아메리카에 없던 감염병을 콜럼버스 원정대가 퍼뜨리는 바람에 수백만명이 병을 앓고 목숨을 잃었다. 요즘 보니 더 섬뜩한 이야기.

콜럼버스를 어떻게 볼까. 미국 사회는 고민 중. 머리로 침략자라 알아도 마음은 영웅으로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고민하고 말 것도 없겠지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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