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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당신을 원하는 바보 / 김태권

등록 2020-03-26 18:24수정 2020-03-27 02:48

빌리 홀리데이 (1915~1959)
빌리 홀리데이 (1915~1959)

처음 들은 날을 기억한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느지막이 일어났다. 친구가 음반을 틀었다. 마음을 휘젓는 노랫소리에 나는 놀랐다. 울렁울렁 속이 흔들려 불편할 정도였다. 누구 목소리냐고 나는 물었고 친구는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답했다. “빌리 홀리데이”라고.

모른 채 들어서 나는 더 좋았다.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불러일으킨 감정은 참으로 다양했는데, 그 인생사를 염두에 둔 채 들었다면 ‘슬픔’ 하나를 지레짐작했을 테니 말이다. 가난하고 학대받던 어두운 어린 시절, 우연히 찾아온 눈부신 성공, 마약과 거듭되는 몰락, 인종차별, 그의 기구한 삶에 대해 길게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굴곡이 심했다. 1946년에는 큰돈을 벌었으나, 1947년 5월에 마약 때문에 체포되고 변호사는 변호를 포기했다. 홀리데이는 1948년 3월16일에 풀려났다. 복귀 공연이 급하게 잡혔다. 3월27일, 홀리데이는 카네기홀에 섰다. 티켓은 전석 매진, 서른두곡을 불렀고 세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출소 뒤 열하루 만인데 결과는 놀라웠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생 끝에 되찾은 행복’ 이야기 같다. 그렇지 않았다. 결혼 실패와 마약 중독, 홀리데이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예언’처럼 쓸쓸히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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