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어른님들, 고기를 줄이고 미래를 주세요 / 김하눌

등록 2020-05-11 17:55수정 2020-05-12 09:41

김하눌ㅣ 강원도 강릉 문성고 2년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고, 장래 꿈 또한 그것과 거리가 있음을 알린다. 진심으로 나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해 이 글을 썼다.)

5월의 첫날. 내가 사는 강릉의 날씨가 31도까지 올랐다. 그 덥다는 ‘대프리카’를 꺾었고, 한반도 남단 제주를 이겼다.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이던가.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단순하게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위기’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약 1도 상승했다. 1도가 뭐 대수냐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빙하기와 간빙기 간의 변화 속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25배가량이나 빠른 속도이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등 수많은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오르게 된다면 인류는 곧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가 아이피시시(IPCC,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수차례 회담을 통해 1.5도 상승을 한계치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대책을 세우고 노력한다지만,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원천을 보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모순적인 일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면서, 온실가스를 보호한다니!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은 축산업이다. 그러나 세계 각 국가는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사람들의 육류 소비를 장려하며 각종 광고와 캠페인을 벌이고, 이를 통해 경제가 잘 돌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축산업의 환경영향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Cowspiracy, 2014) 등을 보면,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지구상의 모든 교통수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양의 총합보다 많고, 가축이 소화 시 배출하는 메탄은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나 유해하다. 전세계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대중교통 사용과 자전거, 걷기 등을 실천한다고 해도 동시에 비교조차 힘든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어찌 허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축산업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자원의 낭비, 환경 문제에까지 심각하게 관여한다. 햄버거 100g을 만드는 데 물이 2500리터가 필요하며, 고기 1㎏을 얻기 위해 곡물 12㎏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데, 지구의 식량 절반이 가축에게 가는 상황이라니. 게다가 가축을 기르기 위해 지구 육지의 45%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부족해 계속 땅을 찾고 일구느라 온 자원을 쏟아붓는다. 브라질 아마존 파괴의 경우도 91%가 축산업 때문에 이루어진다. 환경단체에서 펄프, 즉 종이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캠페인 하는 동안 그것의 100배가 넘는 땅과 숲이 ‘고기’를 위해 황폐해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전체적으로 달궈져서 제 기능을 못 하게 한다. 생명체의 서식지 파괴는 물론이고, 바람이 불지 않아 공기 순환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가 계속해서 한반도에 머물게 된다. 미세먼지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은 당연하고, 북극의 한랭한 기후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까지 느슨해지면서 겨울은 더 추워질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국민도 기후난민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미 지구를 되돌리기에는 늦었다고, 어차피 돌이킬 수 없으니 다른 행성을 찾자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로 늦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도에서 2주 동안 공장 운영을 중단하자 히말라야에서 230㎞ 떨어진 곳에서 100년 만에 맨눈으로 산맥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 물고기와 철새가 돌아왔음을 눈으로 보았다. 아직 희망이 있다.

내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공부를 열심히 해서” 환경과학자가 되라거나, 대학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접해도 충분하다고, 그러니 본분에 맞게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만 한다. 대학 진학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면 뭐 하겠나. 내 꿈을 이룰 터전이 없어질 상황인데. 지구에 사는 한 청소년으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께 호소한다. 제발 육식을 멈춰달라고. 제발 우리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미래를 물려달라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위기의 삼성에서 바뀌지 않은 것 [한겨레 프리즘] 1.

위기의 삼성에서 바뀌지 않은 것 [한겨레 프리즘]

정의가 무너진 곳에서는 싸우는 것이 정의다 2.

정의가 무너진 곳에서는 싸우는 것이 정의다

[사설] 계속 쏟아지는 윤-김 의혹, 끝이 어디인가 3.

[사설] 계속 쏟아지는 윤-김 의혹, 끝이 어디인가

‘트럼프 쇼크’ 한국경제, 정부는 어디에? [11월13일 뉴스뷰리핑] 4.

‘트럼프 쇼크’ 한국경제, 정부는 어디에? [11월13일 뉴스뷰리핑]

검찰, 이대로면 ‘명태균 지시’ 따른 셈…예상되는 수사 시나리오 5.

검찰, 이대로면 ‘명태균 지시’ 따른 셈…예상되는 수사 시나리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