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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의 삶 / 김태권

등록 2020-05-28 18:24수정 2020-06-04 17:55

5월29일 태어난 사회운동가 김영욱(1923~2005)
5월29일 태어난 사회운동가 김영욱(1923~2005)

3·1운동 때 아버지 김정태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 그런데 한국전쟁 때 좌익으로 몰렸다. “트럭을 안 빌려줬다”며 앙심을 품은 동네 사람이 누명을 씌웠다. 김정태는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에서 학살된 사람이 258명이라고 한다. 시신은 아무렇게나 묻혔다.

4·19혁명이 일어났다. 김영욱은 창고에 묻힌 아버지의 유해를 발굴해 화장하고 잘 묻어드렸다. 그런데 5·16이 터졌다. 군사정권은 그를 잡아갔다. 고문을 하고 감옥에 넣었다. 아버지의 무덤을 밀어버리고 유골을 내다 버렸다. 그리고 수십년 동안 김영욱과 가족을 괴롭혔다. 먹고살 길조차 막막했다. “가족이 함께 죽어버리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시대가 바뀌었다. 김정태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되고 훈장을 받았다. 그래도 김영욱은 유족회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뿐 아니라 이때 학살당한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2004년부터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 있었다. “진상규명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답니다!” 아들 김광호가 소리쳤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혹시 그가 반응할까 기대해서였다. 이럴 때면 김영욱은 눈을 끔벅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듬해 12월1일에 눈을 감았다. 마침 과거사를 밝히기 위한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던 날이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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