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ㅣ 가톨릭관동대 미디어예술대 학장
1960년대의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 불렀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쪽같은 소를 팔고 밭을 팔아야 했다. 땅을 팔지 않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지 않았다면, 시간이 흘러 도시화로 인해 급등한 땅값 덕택에 학부모는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넥타이에 양복 입고 번듯한 직장 다니라고 자식을 위해 그렇게 희생하였다.
그 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임금과 다른 물가가 뛰면서 대학 등록금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1980년대까지는 50만원대였던 사립대학 등록금은 그야말로 착한 금액이었다. 대출을 받고 대학을 다녀도 대졸 월급 두달 치면 1학기 등록금은 충분히 갚고도 남았다.
그러나 1989년 사립대 수업료가 대학 자율에 맡겨지면서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370만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 와중에 지방 사립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값 등록금인 지방 국립대와 대학 서열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래도 대졸 초임이 230만원 수준이기에 우골탑 시절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그리고 10년간 대학 등록금은 사실상 동결되었다. 대졸 초임 한달 치 월급에 근접하는 가격이다. 문제는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과거와 비교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의 대학 등록금이 다른 물가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라는 것을 학부모도 충분히 알고 있다. 교수의 자질이나 강의의 수준도 과거 시대보다 평균적으로 월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졸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이 아무리 저가라 한들 원금 회수가 안 되니 아깝고 헛되이 쓰이는 것 같아 늘 불만인 상황이다.
수도권 사립대학은 적립금을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쌓아두고 있다 한다. 지방 사립대는 늘 재정적자에 허덕인다.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도 지방 사립대에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학령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미달 사태를 면하고자 고육지책으로 지난 10년간 학과 명칭이 수없이 바뀌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면초가에 놓인 지방 사립대는 고사 직전이다.
2020년 1학기는 코로나 전염병 사태로 인해 개강이 연기되고 강의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다. 학생들은 불만이다.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캠퍼스 시설 이용이 제한되고 학우와의 교류마저 제약을 받으니 폭발하려는 활화산 같다. 교수들도 죽을 맛이다. 초중고에는 교육방송(EBS) 동영상이라는 우회로도 있지만, 대학 온라인 동영상 강의 콘텐츠는 사실상 맨땅에 헤딩이다. 오프라인 강좌보다 3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1학기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습 및 대학 생활 결손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 즉각적인 등록금 일부 반환이든 2학기 등록금 감액이든 국가정책 마무리로 귀결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학 등록금 반환 문제를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보고 “코로나 사태의 국가방역대책에 대한 대학의 협조”를 고작 “대학과 학생 싸움”으로 몰고 가는 꼼수를 부릴 때인가 의문이 들고 걱정이 앞선다. 지금의 문제는 경제적 관점의 좁은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큰 틀에서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의 역량과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1980년 1학기 등록금을 전두환 세력에 의해 날려버린 세대들에게는 2020년이야말로 “왜 우린 등록금 반환 소송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키워준 한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