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에 6·25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병들과 함께 ‘6·25의 노래’(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를 부를 때 나는 울음을 참았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195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에 다닌 나의 세대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서 이 노래를 합창했다. 6·25 날뿐 아니라 애국조회 때, 운동회 때, 교장 취임식 때 불렀고, 소풍 갈 때 줄 서서 걸어가며 불렀다. ‘우리 대통령’(박목월 작사, 김성태 작곡)도 불렀다. 리승만 대통령의 위업을 찬양하고 영세불망을 맹세하는 노래였다. 전쟁의 노래와 독재의 노래가 합쳐져서 ‘자유’라는 이데올로기의 환영을 만들어냈고, 그 환영이 실체가 되어서 전후의 세월을 지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르는 ‘6·25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내 소년 시절에 그 노래를 부르던 헐벗고 배고픈 아이들을 생각했고, 남과 북 사이를 흘러간 70년의 허송세월을 생각했고, 판문점에 산더미처럼 쌓인 그 헛된 말들을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몸에 밴 듯이 익숙하게 ‘아아 잊으랴…’를 불렀는데, 대통령도 어렸을 때 나처럼 이 노래를 많이 불렀던 것이지 싶다. 그 소년이 대통령이 되어서 한 시대의 비극을 벗어나려 하는데 70년 세월의 업보는 너무나 무겁다. 25일 밤에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비통했는데, 26일 아침에 좋은 글을 읽었다.
“다른 방식으로 70년 전의 인간 죽임을 재연하고 있는 오늘, 정치의 본령이 생명과 평화에 있음을 절실한 심정으로 호소한다.”(박명림, <한겨레> 26일치 8면 ‘
평화의 안과 밖은 하나, 전쟁같은 정치 벗어날 이유다’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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