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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거리의 칼럼] 한강의 새 / 김훈

등록 2020-11-10 04:59수정 2020-11-10 09:03

겨울 철새의 소규모 선발대는 이미 9월 하순에 한강 하구에 도착했다. 10월 둘째 주에는 장항습지·산남습지에 큰기러기와 청둥오리들이 새카맣게 내려앉았다. 희귀종인 재두루미도 30여마리가 왔다. 조류 연구가들은 이 개체 수가 4만마리 이상이라고 말했다. 11월 말 안으로 수만마리가 더 날아온다. 이 물가는 내가 사는 동네다.

이 새들은 몽골, 바이칼호수, 아무르강에서 왔다. 지금 한강의 밤섬이나 노들섬 모래톱에 모여 있는 무리는 막 도착한 큰기러기들이다. 멀리 와서 지친 새들은 많이 먹고 오래 쉰다.

저녁 무렵에 새들은 문득 날아오른다. 길 막히는 퇴근시간의 자유로 위로, 마포 강변의 미세먼지 속으로, ‘악다구니’로 지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새들은 끼룩끼룩 울면서 날아다닌다. 새들은 여러 산맥과 사막과 강을 건너서 이 대도시로 왔다. 새들이 빌딩 사이를 날아다닐 때 도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듯하다.

내 작업실에서도 멀리서 온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새 울음소리는 창세기의 첫울음처럼 아득한 시공을 건너온다.

멀리서 온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 조국의 강토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한강과 아무르강, 서울과 바이칼호수가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부지런한 새들이 이 행복한 인연을 매개해주고 있다. 옮겨 다니며 사는 새들의 운명은 가혹해 보이지만, 이동이 새들의 삶이므로 새들은 그 운명을 짊어지고 자유로워 보인다.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의 우한에서 여성 소설가 팡팡은 돌절구에 고인 물을 먹는 까치를 보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썼다. 새들은 한강으로 돌아오고 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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