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 첫번째 탈옥은 2001년이었다. 세탁물 더미에 숨은 채 차를 타고 감옥 밖으로 빠져나왔다. 13년 동안 버젓이 마약을 팔고 살인을 지시했다. 다시 잡힌 때가 2014년. 참다못한 미국 정부가 특수부대까지 보내 체포를 도왔다고 한다. 2015년 7월11일에 두번째 탈옥을 한다. 샤워실로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았다. 감옥 밖의 부하들이 감옥의 욕실 밑바닥까지 땅굴을 파놓은 것이다. 터널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길이는 1.5㎞, 폭은 80㎝. 환기시설과 조명까지 있었다. “4명 이상의 일꾼이 1년 내내 작업할 양.” 멕시코 언론의 계산이다.
2016년 1월8일에 다시 체포되었다. 자기 일대기를 할리우드 영화로 만든다며 영화사와 연락을 주고받다 숨은 곳이 들통났다. 이번에는 미국 감옥에 인도되었으니 흐지부지 풀려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들딸은 멕시코에 남아 ‘가업'을 이어간다. 지난해 10월17일에 멕시코 경찰은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를 체포했다. 그런데 조직원들이 도심에서 총을 난사하는 바람에 풀어주고 말았다. “체포를 강행했다면 200명이 숨졌을 것”이라며 정부는 해명했지만 씁쓸하다. 체포작전을 이끌던 경찰 간부는 한달 뒤 대낮 쇼핑몰 주차장에서 155발의 총을 맞고 숨졌다.
딸 알레한드리나는 사업을 한다. 구스만의 얼굴을 새겨 넣은 모자와 옷과 맥주를 판다. 구스만을 귀엽게 만든 피규어 인형도 제작했다. 올해 멕시코에 코로나19가 번지자 호아킨 구스만의 얼굴을 그린 마스크와 구호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정부가 할 일을 대신 해줬다. 마약왕의 이름을 걸고 말이다. 아들보다 딸 쪽이 더 위험하다고 느낄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