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9일, 남북 민간 선박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남쪽과 함께 한강 하구 물길 조사를 마친 북쪽 조사선이 북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강의 내수면 어업은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끝난다. 그 하류 쪽 김포 북단, 강화 북단의 포구 10여개는 한국전쟁 후 폐지되었다. 이 수로에 70년 동안 항행과 어로가 금지되어 있다. 양안의 진지들은 중무장하고 있는데, 그 사이의 물길은 적막강산이다. 빈 강에 바닷물이 드나들며 버스럭거리고, 큰 새들이 높이 운다. 저녁마다 예성강, 연백평야 쪽으로 노을이 퍼지고 초병들은 돌아서서 밤을 맞는다. 여기는 불모의 시간이고 언어도단의 공간이다.
지난 7월19일 탈북민 김아무개(24)가 이 수로를 헤엄쳐서 북한으로 건너가자 남북 양쪽의 군 수뇌부는 날벼락을 맞았다. 남쪽은 가는 줄 몰랐고, 북쪽은 오는 줄 몰랐다. 양쪽 모두 며칠 후에 알았다. 이 젊은이의 동선에 따라서 양쪽의 군사 대비 태세는 동시에 무너졌다. 이쪽이 뚫리니까 저쪽이 뚫렸고, 이쪽의 무너짐과 저쪽의 무너짐이 연결되어서 뚫림과 막힘의 구분이 지워졌다. 양쪽 수뇌부가 모두 통절하게 경계 실패를 인정했고, 예하의 초병부대들을 혼내주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북한은 우리보다 더한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국회에서 말했다.(<한국일보> 7월29일치 2면)
헤엄을 잘 치는 이 젊은이는 탈북과 탈남을 거듭하면서 이쪽저쪽을 모두 무너뜨리고, 이쪽저쪽을 혼내서 정신차리게 해주고, 이쪽저쪽의 허점을 보강해주었다.
이것은 이 수로에서 대치해온 70년 적대관계의 부조리극이다. 보름사리 때마다 하구의 밀물은 내가 사는 마을의 행주대교를 넘어온다. 그 적막한 하구의 저녁 노을이 자꾸만 생각난다.
김훈 ㅣ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