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겨레>에 실린 이명석의 칼럼이 화제였다. “가가멜은 되지 말자. 깨끗한 옷을 입고, 고양이를 아껴주자. 탈모는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개구쟁이 스머프>는 원래 만화책이었다. 그린 사람은 벨기에의 페요, 본명은 피에르 퀼리포르. 스머프도 원래 이름은 슈트룸프라고 한다.
‘좌파 만화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스머프 공동체는 사유재산도 국가기구도 없다. 외국에서도 옛날부터 입길에 오르던 문제다. “파파 스머프는 마르크스고 똘똘이 스머프는 트로츠키”라는 주장도 있던데(마크 슈미트), 글쎄, 지나친 것 같다. 물론 공동체가 문제를 풀어간다는 주제는 좌파들이 좋아할 내용이다. 스머프가 늘 쓰는 ‘프리기아 모자’도 역사적 맥락이 있다. 옛날부터 자유의 상징이었고 프랑스 혁명 때도 인기였다.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도 등장한다.
“정치적 의도로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 작가의 해명이다. 다만 ‘스머프 대왕님’ 에피소드를 그릴 때 “자칭 ‘아나키스트’였던 페요와 편집자는 히틀러의 집권 과정을 모델로 삼았다.”(맷 머리) 파파 스머프가 자리를 비운 동안 스머프 독재에 스머프 저항군이 맞서는 이야기다.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전파를 탄 날이 1981년 10월23일이다. 제작자가 미국의 윌리엄 해나와 조지프 바베라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와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을 만든 실력자. 한때 시청률이 42%까지 나왔다고 하니 대단한 성공이다. 지금 봐도 잘 만들었다. 페요는 1992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새 작품이 계속 나온다. 2017년 작품은 스머페트가 주인공이 되어 ‘아마조네스 스머프 마을’을 찾아간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