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마녀는 어쩌다 모자를 썼는가 / 김태권

등록 2020-10-29 17:22수정 2020-10-30 02:38

마녀의 모자 (18세기 초~)
마녀의 모자 (18세기 초~)

10월31일은 핼러윈이다.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기로 하고 천원숍에서 마녀 모자를 구해 왔다. 위는 뾰족하고 아래로 챙이 넓다.

옛날 사람이 상상한 마녀는 마녀 모자를 쓰지 않았다. 빗자루를 탄 마녀 그림은 1440년께 프랑스의 수사본에 처음 나온다. 밝고 화사한 옷을 입고 머릿수건을 했다. ‘남자 마녀’도 있다.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고 1453년에 최초로 ‘자백’한 사람은 남성이었다. 화가 고야는 1798년에 하늘을 나는 남자 마녀들을 그렸다.

마녀 모자의 뾰족한 부분은 아마 유대인 모자에서 따왔을 것이다. 중세 유럽 사회는 유대인을 차별하기 위해 끝이 뾰족한 모자를 강제로 씌웠다. 20세기 나치가 노란 육각 별을 유대인 옷에 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마녀 모자의 버클과 넓은 챙은 퀘이커 모자에서 왔다고 보기도 한다. 퀘이커는 영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박해받던 개신교 소수종파였다. 남자 신자가 쓰던 검은 모자가 납작하고 챙이 넓다.

지금과 비슷한 마녀 모자는 18세기 초 영국의 싸구려 읽을거리에 등장했다고 한다. 우리가 익숙한 마녀의 차림새는 1939년 미국 영화 <오즈의 마법사>부터 나온다. 서쪽 마녀를 연기해 세계의 어린이에게 공포를 심어준 마거릿 해밀턴은 한때 자상한 유치원 선생님이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최근에는 여성 마법사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는 움직임도 있다. ‘위카’ 등 이른바 현대이교운동도 활발하다. 2017년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시위 때 “백인우월주의에 저주를 내린다”는 손팻말을 들고 마녀 모자를 쓴 시위대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녀와 소수자 차별의 역사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김태권 만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도사·목사와 내란 [한승훈 칼럼] 1.

도사·목사와 내란 [한승훈 칼럼]

가스 말고, ‘공공풍력’ 하자 [한겨레 프리즘] 2.

가스 말고, ‘공공풍력’ 하자 [한겨레 프리즘]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3.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4.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사설] 윤석열 구속기소, 신속한 재판으로 준엄히 단죄해야 5.

[사설] 윤석열 구속기소, 신속한 재판으로 준엄히 단죄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