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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1세기 전 팬데믹에 쓰러진 미국 대통령 / 김태권

등록 2020-12-03 14:58수정 2020-12-04 02:38

<strong>우드로 윌슨 (1856~1924)</strong>
우드로 윌슨 (1856~1924)

우리에게는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모든 민족이 자기네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1918년에 연설했다. 이듬해 일어난 3·1 운동이 그 영향을 받았다고 고등학교 때 배웠다. 그런데 동시대 미국에서는 평가가 박하다. 언론인 프레더릭 루이스 앨런은 그가 “청교도적 교장 선생님”이자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개탄했다.

훗날의 평도 좋지 않다. “그를 어떻게 봐야 할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사람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2013년 <뉴스위크>의 기사다. 최근 몇 해 평판은 더욱 나빠졌다. 트럼프 탓이 크다. 인종갈등이 거세던 중 윌슨이 인종차별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 화제가 됐다. 올해 프린스턴대학은 공공정책대학원에 붙어 있던 윌슨의 이름을 지우기로 했다(윌슨은 이 학교의 총장을 지낸 바 있다).

“트럼프가 팬데믹에 감염된 최초의 대통령은 아니다. 한 세기 전 윌슨이 그랬다.” 올해 10월 <엔비시(NBC)> 뉴스의 기사 제목이다. 지금은 코로나, 그때는 스페인독감이었다. 이름과 달리 미국에서 시작된 병이다.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거창한 문제에 몰두한 탓이었을까, 윌슨은 대응할 시기를 놓쳤고 병은 전세계로 퍼졌다. 그가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하러 유럽으로 떠난 날이 1918년 12월4일. “조지워싱턴호를 탔는데, 몇 주 전 미군 80명이 인플루엔자(스페인독감)로 목숨을 잃은 바로 그 배였다.”(캐서린 아놀드) 윌슨이 병으로 앓아눕는 바람에, 회의는 그의 이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민족자결주의에 기대를 걸고 찾아간 한국인 대표들이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안타깝다. 윌슨 역시 실의에 빠졌다. 1919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남은 임기를 병상에서 보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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