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ㅣ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코로나19 환자가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 수도권에선 5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집에서 대기했고, 경기도에선 병상이 없어 400㎞가 넘는 전남 목포까지 환자를 이송하는 일이 벌어졌다. 3차 대유행의 확산 양상을 보면 머지않아 전국 어디서나 맞닥뜨릴 수 있는 일이다. 조만간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올봄 대구에서 벌어진 악몽이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아니다. 병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병상을 확보하지 않은 것이고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환자 중환자 병상은 우리나라 전체 중환자 병상의 2~3%에 불과하다. 정부가 확보한 중환자 병상은 12월10일 기준으로 206병상이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중환자 병상 약 1만개의 2%에 불과하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성인용 중환자 병상만 따져도 6천개가 넘는다. 정부와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고 내세우는 이유는 대부분 핑계다.
정부와 병원은 다른 응급환자와 중환자에게도 중환자 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한다. 중환자실 입원환자 중 응급환자는 절반 정도다.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중환자 병상을 제하고도 적어도 3천~5천개 여유가 있다. 병원들이 지금 비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사용하는 중환자 병상 중 10% 정도인 300~500개만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배정해도 지금 같은 병상 부족은 사라진다. 비응급환자 중엔 암환자처럼 치료가 급한 환자도 있지만 관절 수술 환자처럼 한두달 치료를 미뤄도 큰 문제가 없는 환자도 있다. 대학병원 입원환자 중 경증환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도 덧붙여 둔다.
정부와 병원은 음압격리병실이 없어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한두명일 때는 음압격리병실에서 치료하지만 수십명, 수백명이 생기면 중환자 병동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환자 병동 전체가 음압격리병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원해 있는 환자를 어떻게 내보내느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기간은 평균 4~5일이다. 매일 전국에서 중환자 병상은 2천개 넘게 빈다. 있는 환자를 내보내지 않아도 된다. 급하지 않은 환자까지 입원시키고 수술해서 중환자실을 새로 채우지 않으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중환자실을 어떻게 비워놓느냐는 핑계도 댄다. 코로나19 환자는 보통 확진된 지 약 1주일 전후로 중증 상태가 된다. 오늘 코로나19 환자 100명이 생기면 1주일 뒤에 그중 2~3명이 중환자가 되니 그에 맞춰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면 된다. 중환자실을 미리 비워놓을 필요가 없다.
건강보험 진료비 수가가 낮아서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없다는 핑계도 댄다. 정부는 몇달 전부터 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를 진료하면 건강보험 진료비 이외에 환자 1명당 진료 수익의 10배를 별도로 보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1명당 매일 약 400만~700만원을 추가로 병원에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십배에 이르는 코로나19 환자가 매일 생기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공병원, 민간병원 따지지 않고 다 같이 나서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급한 응급환자가 아니면 입원과 수술을 뒤로 미루고 중환자실 전체 병상의 70~90%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와 병원은 겨우 2~3% 중환자 병상만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병원들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도 못 받고 집이나 요양병원에서 죽어가는 일이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대형병원을 움직일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 의료질평가지원금에 코로나19 환자 진료 실적을 반영해서라도 병원이 병상을 내놓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라도 서둘러 병원이 비응급환자의 진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필요한 중환자실 시설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병원들도 비응급환자 진료는 계속하면서 여력이 없다는 핑계로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죽어가게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