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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의원이 총에 맞던 2011년의 미국, 그리고 오늘 / 김태권

등록 2021-01-07 16:52수정 2021-01-08 02:36

개브리엘 기퍼즈 (1970~)
개브리엘 기퍼즈 (1970~)

급진적인 정치인도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치고 보수적인 쪽이었다. 오토바이 탈 때 헬멧을 의무적으로 쓰라는 법령도 탐탁지 않게 볼 정도였다. 그런데도 우파의 미움을 샀다. 지역구가 보수적인 애리조나인데 오바마를 지지했기 때문일까. 젊고 똑똑한 여성이라는 이유도 한몫했을 터이다.

지역구민과 만나던 날이었다. 로프너라는 청년이 다가와 기퍼즈의 머리에 대고 총을 쏘았다. 근처에 마구 총질을 해 십여명이 다치고 여섯명이 숨졌다. 2011년 1월8일의 일. “범인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범인을 키운 토양이 미국 안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한겨레> 미국 특파원이던 권태호의 칼럼이다. “(<폭스 뉴스> 논객의 막말 등) 우파가 조장한 ‘증오의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고 폴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은 반성했다. 추도식에서 오바마는 ‘대립과 분열의 문화를 청산하자’고 연설했다. 며칠 후 국정연설 때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은 자리를 섞어 앉아 오바마의 말을 경청했다. 그해 8월에 갈등 법안을 처리할 때 기퍼즈가 의사당에 나타나자 “분위기가 급변해” 두 당은 평화롭게 표결을 진행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기퍼즈는 사회 통합의 상징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기퍼즈는 의원을 그만두고 총기의 무분별한 유통을 제한하는 시민운동을 시작했지만, 전미총기협회의 입김이 두려운 정치권은 침묵을 지켰다. 미군이 전투함을 개브리엘 기퍼즈라고 이름 붙인 일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2016년 대선에서 기퍼즈는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선거는 트럼프가 이겼다. 총격이 일어나고 십년이 지난 오늘, 대선에 불복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수도를 휩쓴다. 여전히 ‘증오의 정치’로 몸살을 앓는 미국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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