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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아내의 벤츠 / 김태권

등록 2021-01-28 19:09수정 2021-01-29 02:38

자동차 시대의 숨은 주역 베르타 벤츠
베르타 벤츠 (1849~1944)
베르타 벤츠 (1849~1944)

베르타 벤츠는 공학에도 사업에도 재능이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자기 몫의 지참금을 미리 받아 남편 카를 벤츠의 회사에 투자했고 남편이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는 일을 함께 했다. 사업에도 기술에도 남편에게 조언을 했다. 벤츠 부부는 휘발유 엔진을 발명했고, 1886년 1월29일에 특허를 신청했다.

벤츠의 자동차 한대가 그때 600마르크. 지금 돈으로 500만원 정도라 하니 그렇게 비싼 값은 아니다. 그런데도 팔리지 않았다. 남편은 기술 문제에 몰두한 것 같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발명의 역사가 그렇지만 비슷한 때에 비슷한 물건을 만드는 경쟁자도 적지 않았다. 참다못한 베르타 벤츠는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자동차를 끌고서였다. 자동차로 도시와 도시를 오갈 수 있음을 세상에 보이려는 목적이었다.

1888년 8월5일 이른 아침, 베르타 벤츠는 만하임을 출발했다. 최초의 장거리 주행이었다. 차가 고장이 나면 베르타 벤츠가 머리핀과 옷가지 따위로 그때그때 고쳤다. 기름이 떨어지자 베르타 벤츠는 약국을 찾아가 연료를 구해왔다. 언덕길을 오를 때는 아이들이 차를 밀었고 비탈을 내려올 때는 바짝 긴장했다. 이 경험 덕분에 차에 기어를 늘리고 브레이크패드를 설치했다.

베르타 벤츠는 온종일 100킬로미터 남짓의 거리를 달려 친정이 있는 포르츠하임에 도착하고, 남편에게 전보를 쳤다. 돌아올 때는 일부러 다른 길로 달려 더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를 선보였다니, 사업 수완이 대단하다. 엄마와 아이가 말 없는 마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입소문을 제대로 탄 걸까. 자동차를 사고 싶다는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베르타 벤츠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자동차 세상이 있었을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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