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아름다운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으며 어린 시절 퍽도 울었더랬다. 어른이 된 지금 안데르센의 성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을 알게 되었다.
남자에게 보낸 사랑 편지가 남아 있다. “소녀를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마음은 여성이 남성에게 품는 마음과 같습니다.” 안데르센이 에드바르 콜린에게 보낸 편지다. 그런데 콜린은 안데르센의 구애를 받은 얼마 후 결혼식을 올렸다. 콜린의 결혼 상대는 여성이었다.
안데르센은 슬펐다. <인어공주>를 쓴 것이 이 무렵의 일이다. 어릴 때 읽은 <인어공주>와 디즈니가 각색한 <인어공주>와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인어공주>가 다르다. 그의 원작은 고통스럽다. 마녀는 “인어의 혀를 싹둑 잘랐다.” 발로 처음 땅을 딛는 기분은 “뾰족한 바늘과 날카로운 칼 위를 걷는” 듯 아팠다. 왕자에게 배신당한 인어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이 슬픈 결말을 디즈니가 고쳤다. 인어가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한때는 ‘디즈니의 상업주의'라며 흉도 많이 보았는데, 숨은 사연을 알고 나는 비난할 마음이 사라졌다. 개작에 참여한 작가 하워드 애시먼 역시 게이였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동료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인어공주>의 노랫말을 썼다. 게이와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퍼져 있던 시대였다. 1837년의 원작과 1989년의 각색, 150년 만의 해피엔딩이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였을 터이다.
정작 안데르센은 양성애자였다는 견해도 있다. 콜린만이 아니라 여러 남성과 여러 여성에게 사랑 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무성애자였다고 보기도 한다. 고백은 했지만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외로웠던 안데르센, 그가 태어난 날이 1805년 4월2일이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