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복주ㅣ정의당 부대표
몇 해 전, 장애 학생 부모가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체육관에서 무릎을 꿇는 영상이 뉴스에서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 체육관은 서울교육청에서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 폐교된 초등학교 공간에 특수학교를 짓기 위해 주민토론회를 연 자리였다. 혐오의 말을 쏟아내며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애 학생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학교 가는 길> 시사회를 다녀왔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학생들은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배정을 받아 입학한다. 하지만 특수교육 대상인 장애 학생들은 통합학급이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거나 집 근처 통합학급이 없거나 중증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특수학교에 입학을 한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 입학 시기가 되면 학교를 알아보기 위해 애를 쓴다.
통합학급은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 보통 오전에는 본반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특수반에서 수업을 받는다. 본반에서 교사와 비장애 학생들의 태도에 따라 장애 학생이 적응을 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수업시간에 때로는 발달장애 학생이 소리를 지르거나 일어나서 돌아다니거나 자해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교사의 대처와 소통이 비장애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방관하면 학생들도 방관하고, 교사가 벌을 주면 학생들도 놀리고, 교사가 소통을 시도하고 설명을 하면 학생들도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학생들은 교사를 통해 처음 만난 장애 학생 친구와 관계맺기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교사가 장애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갖고 바람직한 역할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비장애 학생 부모도 마찬가지로 자녀에게 장애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이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통합교육은 공간적인 통합만 될 뿐 관계적이고 내용적인 통합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통합교육의 실패로 중증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통합교육보다 특수학교를 선호하게 된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장애 학생들도 특수학교를 다닌다. 매일 3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낸다.
장애 학생 부모의 요구는 가까운 거리에 특수학교를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특수학교라는 낙인화된 시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반대를 한다. 참담한 상황이 다큐멘터리로 나오는데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복받쳤다. 차별의 현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더욱 감정을 자극했다. 관람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나의 어머니가 떠올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식 뒤편에서 넘어질까 걱정하고 눈물 흘리며 서 있었던 모습, 선생님께 나를 부탁한다며 고개 숙이고 있던 모습이 속상하고 아팠다.
영화를 통해 여러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장애 자녀의 양육 책임이 ‘어머니’에게 쏠려 있어 불편했다. 비장애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장애를 몰랐고, 장애 자녀 출산의 책임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했던 순간의 고백은 답답했다. 발달장애인 특유의 행동이 익살스럽게 등장할 때는 혼자 웃기도 했다. 끊임없이 자녀에게 칭찬하고 응원하는 말들은 인내와 깨달음을 생각하게 했다. 장애는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차별의 문제이고 국가의 책임이라고 외치는 모습에는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100분 동안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보았다.
주인공 어머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언제까지 내가 보호할 수 없다. 이제 내 딸도 사회에 나가서 부딪치고 겪어야 한다”고. 꼭 그러길 바란다.
발달장애인이 세상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보이는 존재로 살았으면 좋겠다. 차별로 가려진 한뼘의 세상을 보이게 하는 주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서로 돌보고 의존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친구와 여행도 갔으면 좋겠다. 독립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5월5일 개봉했다. 발달장애인과 어머니들의 학교 가는 긴 여정에 동행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