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리는 억울하다. 그가 모차르트를 죽게 만든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탓이 크다.
역사 속 살리에리는 인품 있는 사람이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비롯해 수많은 후배 음악인들이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붙임성 좋은 성격이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그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빈 음악계의 중심인물로 활약하며 이런저런 미담을 남겼다. 적어도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으로 비뚤어질 인물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아마데우스>가 아무 근거도 없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차르트의 살해자라는 소문은 살리에리가 살아 있을 때에도 자자했다. 가족들이 먼저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불우한 말년을 보내던 살리에리는 가끔 정신착란에 빠졌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반면 맑은 정신으로 돌아오면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살리에리는 1825년 5월7일에 세상을 떠났고 몇년 지나지 않아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라는 희곡을 썼다. 작품 속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독살한다. 영국의 극작가 피터 섀퍼가 이 소재를 신과 인간의 대결로 다시 해석해 1979년에 <아마데우스>를 썼다. 1984년에 밀로시 포르만 감독이 각색한 영화가 뛰어났기 때문에 살리에리는 ‘스폰지밥을 질투한 징징이’ 같은 인물로 남게 되었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는 어땠을까. 살리에리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두 사람이 서먹했는데, 살리에리의 인기가 한풀 꺾일 무렵에는 오히려 원만하게 지냈던 것 같다. 천재 모차르트가 사회성 좋은 생활인 살리에리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혹시 없었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상상해본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