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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양도세 완화’ 게도 구럭도 잃는다

등록 2021-05-24 18:19수정 2021-05-26 18:26

[편집국에서] 김회승 | 경제에디터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주에 부동산 세금에 대해 1차 결론을 낼 것 같다. 부동산 특위까지 꾸렸지만 한달 넘게 오락가락하다 과세 기준일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당 내부의 최대공약수는 1주택 재산세 과세 특례 기준(공시가격)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것이다. 일단 재산세 부과 기준부터 완화 조정하고, 종합부동산세는 다소 시간이 있으니 추후 논의하겠다는 태도다. 정히 안 되면 나중에 환급해주는 묘책도 있으니 시간이 문제는 아닌 듯하다.

여당이 재보선 패배를 부른 부동산 민심에 대응하겠다며 꺼낸 카드가 부동산세 완화였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몇달 간격으로 잇따라 세금 고지서가 나가면 선거에 진다는 게 핵심이다. 양도소득세가 가장 논란이 큰 모양인데, 하루가 다르게 기류가 달라져 도통 방향을 알기 힘들다. 특위가 지도부에 복수안을 올렸다는데, 강성 친문 의원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정치적 프레임만 요란할 뿐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말 그대로 부동산 매매 차익에 부과하는 소득세다. 주택을 살 때 무조건 내는 취득세·등록세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주택을 공산품처럼 자주 사고파는 우리나라에서 생긴 독특한 오해다. 당연히 무주택자는 상관없는 세금이다. 집을 팔아 차익이 생기더라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시가 12억~13억원)이거나 한집에서 오래 산 1주택자도 내지 않는 세금이다. 그런데 거래세와 양도세를 교묘하게 뒤섞어 말하는 이들이 많다. 국민의 눈을 가리는 짓이다.

양도세 완화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신규주택 공급은 시차가 있으니 당장에 기존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한다, 그러니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주택자 유인 전략’은 이미 실패로 판명이 났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10%포인트 더 올리면서 시행을 1년여 유예했다. 그 말미가 이달 말 끝난다. 주택은 하루이틀 사이에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정책 효과가 있었다면 최소한 올해 초부터는 다주택자 매물이 나왔어야 한다. 정부·여당의 기대와 달리 그런 일은 없었다. 대신에 다주택자들은 세율이 낮은 증여와 버티기를 선택했다. 그게 다주택자의 부동산 민심인 셈이다. 더구나 양도세 완화는 거꾸로 보유세 부담을 한꺼번에 덜어주는 효과를 낸다. 매년 내는 재산세·종부세와 달리 과표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10억원 차익에 10%포인트만 인하해도 1억원의 소득이 더 생긴다. 중상위 주택 십수년치 보유세를 부담하고도 남을 돈이다. 감세 효과가 외려 주택 보유 심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더 깎아주자는 주장도 있다. 중과 유예만으론 유인 효과가 없으니 한시적으로 대폭 인하하자는 것이다. 시세차익을 더 챙길 기회를 줄 테니 이참에 털고 나가라는 것인데, 실효성이 있을까? 지금 파는 게 나중보다 이익이 크다는 계산이 나오면 된다. 과연 그럴까? 집부자들의 계산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부동산 카페에는 양도세 중과 대비 투자 전략이 봇물이다. 이른바 투자 전문가들의 충고는 이런 식이다. “지금까지 많이 벌었다. 현 양도세율도 최대 65%다. 중과 적용을 해도 (겨우) 10%포인트 높아지는 거다. 지금까지 20~30% 수익을 냈다면, 기대치를 10~20%로 낮추면 된다. 여전히 부동산보다 수익성이 더 좋은 투자가 있는가?” 세금을 다 내고도 부동산의 상대 수익률이 높으니 조금만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우리 머리 위에 있다.

이제 집값은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한다. 아니, 더 오르면 민란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여당은 누구의 민심에 귀 기울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엔 ‘부동산 세금 제대로 걷으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는다. 거창한 조세 정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양도세 완화는 그만두는 게 좋겠다. 게도 구럭도 잃는 길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민 정당’ 깃발부터 내리는 게 순서다. 그래야 유권자들도 다른 선택지를 찾지 않겠나.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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