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검찰청이 검사 비위 관련 사건의 처리 결과 등을 넘겨달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견제하려는 공수처의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검찰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하다. 검찰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공수처의 요구에 응하기 바란다.
30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공수처는 지난 1일 검사 비위 관련 ‘수사 협조 요청’ 공문을 대검에 보냈다. 공수처가 출범한 올해 1월21일부터 5월31일까지 검찰이 자체 종결한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 사건 목록과 사건별 불기소 결정서, 불송치 결정문 목록 등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규정에 따른 요구였다. 그러나 대검은 지난 16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해당 목록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대검이 자체 예규를 통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진정 사건’ 등에 대해선 다른 수사기관 이첩을 막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검은 이 예규를 공수처 출범 직후인 2월1일 제정해 비공개로 시행해왔다. 공수처에도 예규 내용은 물론 제정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 예규를 보면, 검사 범죄를 포함해 조사·진정 사건을 무혐의 등의 이유로 불입건할 경우 검찰이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 범죄 혐의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진정 사건을 검찰이 ‘셀프 종결’ 처리할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외부 사건을 다룰 때는 과도할 정도로 수사·기소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내부 비위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두차례나 무혐의 처리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무엇보다, 공수처를 설립한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검사 관련 사건의 엄정한 처리’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검의 검사 비위 사건 관련 자료 제출 거부는 공수처의 검찰 견제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은 공수처와 힘겨루기를 벌이기에 앞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원죄’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