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력 배치 등에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섣부른 예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재난 안전 총괄 부처인 행안부 장관이 307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에 대해 사죄는커녕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전날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건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날도 축제 참가자 인원과 경찰 인력 증가 비교처럼 숫자놀음 같은 이야기만 반복했다.
이번 행사는 ‘노마스크’ 방침 이후 처음 열렸고, 며칠 전부터 인파가 몰리는 등 위험이 충분히 예고된 상황이었다. 행사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며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질서 유지에 투입된 경찰이 턱없이 적었고, 지자체나 민간과 유기적 연계도 없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국가 재난 관리의 총책임자가 면피성 발언만 반복하니, 대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주체는 어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장관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경찰력 부재 비판은 “선동성 정치적 주장”으로 치부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늦게 ‘유감’ 표명 입장을 냈는데,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첫번째 책무다. 행안부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부처의 주요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유가족과 국민들 상처에 소금을 뿌린 주무 장관의 발언을 도저히 묵과하기 힘들다.